[뉴스 즉설]'첫눈파' vs '봄꽃파', 이재명 손절 저울질하는 민주당 비명계

은현탁 기자 2022. 11. 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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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범국민서명운동 보고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칼끝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턱밑까지 왔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죠.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점점 커지면서 민주당이 결국 손절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민주당 내 미묘한 기류 변화를 살펴보면서 단일대오가 언제까지 갈지 가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균열 조짐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정치 보복'과 '조작 수사'로 규정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해 왔죠. 그런데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을 계기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요.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퇴진론과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고, 대장동 리스크가 당의 리스크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겉보기와는 달리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당내 소장파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재명 퇴진론'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민주당에는 손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솥이 뒤집어졌으면 솥 안의 막힌 것들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야 한다"고 밝혔죠. 그는 지난달에도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대표의 직접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조응천 의원은 지난 21일 B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정말 무관한지 솔직히 알 도리가 없다. 이제는 어느 정도 직접 해명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지 않았나"며 "최측근 2명이 구속된 데 대해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하다. 이런 유감 정도는 표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말했죠.

대장동 리스크가 민주당 전체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박용진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탄압과 대장동 일당 등에 대한 수사를 엮어서 정치탄압이라고 얘기하는 건 분리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분들의 문제와 위험이 당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분리대응도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당내 인물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당내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지난 16일 KBS라디오에서 "김 부원장이나 정 실장의 의혹을 당 지도부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여서 엄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만약 (혐의가) 사실일 경우 당이 그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죠.

이 대표는 스스로 측근이라고 말한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구속된 이상 그 법적, 윤리적,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 됐어요. 검찰의 수사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금년 말 아니면 내년 3-4월 결별

민주당 내 '첫눈파'와 '봄꽃파'가 있다는 말은 민주당의 요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첫눈파는 첫눈이 오는 시점에는 어쩔 수 없이 이 대표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입장의 의원들입니다. 즉 금년 12월 중 민주당 내 균열이 일어나고 이 대표가 퇴진할 수밖에 없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 것이죠.

봄꽃파는 이 대표 본인이 결백하다고 하니까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의원들입니다.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내년 봄꽃이 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죠. 첫눈파든 봄꽃파든 이런 얘기가 나도는 자체가 민주당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어요. 불안한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입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첫눈파와 봄꽃파에 대해 "그야말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총선 앞두고서 당이 분열하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다. 모든 의원들이 거기에 대해서 공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여전히 단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죠.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일방의 주장을 무슨 근거로 사실로 단정하는지 알 수 없다. 섣부른 예단에 따른 입장들이 함부로 표명돼 당내 분란을 야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 5월쯤 귀국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조기 귀국설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이낙연계의 설훈·윤영찬 의원은 다음달 이 전 대표를 만나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죠.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하차할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기귀국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어요. 그는 "무슨 그렇게 바보 같은, 조기 귀국한다고 그러면 이재명 대표 빨리 감옥 가라고 고사지내는 것밖에 더 되나"라며 "그쪽(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택도 아닌 소리라고 웃더라"고 말했습니다.

봄꽃이 피는 내년 4월은 22대 총선을 꼭 1년 앞두고 있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불가피하게 이 대표와 손절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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