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경 시장으로 클 바이오 ‘의사과학자’ 양성에 답있다”

2022. 11. 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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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 ‘새로운 의대’ 설립 필요
3대 주력산업 조선·반도체·車보다
바이오헬스 분야 3.4배 폭풍성장 예상
한국, 글로벌 시장 점유율 0.8% 불과
기초응용연구·병원·기업간 역동적 사슬
다양한 분야와 융합연구 가능 환경 중요
포스텍의 과학·공학 우수 커리큘럼 융합
대학 연구 사업화 위해 히브리대 등 방문
메타캠퍼스 확장 메타버시티 구현 추진
“기회는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 나서야”
김무환 포스텍(POSTECH) 총장은 폭풍 성장 중인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국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의과학대학원을 개원하고 다양한 인재를 양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포스텍 제공]

전 세계 고등교육계는 지금 거대한 풍랑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비대면 강의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기술 인재 대란으로 미래를 바꾸는 4차산업혁명의 원동력도 약해지고 있다.

김무환 포스텍(POSTECH) 총장은 그중에서도 특히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의사과학자’ 양성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바이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인재 양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이다. 김 총장이 포항지역 병원과 손잡고 삼성, 애플, 메타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과 협력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 소지자로 전문 분야의 질병을 연구하고 관련분야의 과학, 공학에 전문성을 가진 의사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절반이 의사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역시 이들이 주도해왔다.

▶반도체보다 더 큰 바이오시장 잡아라= 김 총장은 무엇보다 1경이 넘는 바이오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바이오헬스 산업은 우리나라 3대 주력산업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의 3.4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약 1경5000조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글로벌 점유율은 0.8%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바이오헬스산업은 기술·자본집약 산업으로 연구개발(R&D)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의사과학자의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기초연구-응용연구-병원-기업 간 역동적 가치사슬이 중요한 분야”라며 “예측의학, 맞춤형 신약개발, 재생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임을 감안하면 의사과학자의 활약이 가장 중요한 곳”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의사과학자 양성은 답보상태다.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4만5000명) 중 3.7%(1700명)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된다. 반면 한국은 연간 30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는 고작 0.3~0.7%에 불과하다.

김 총장은 이 같은 국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의과학대학원을 개원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의과학자 전임교수 5명, 겸직교수 20명, 첫 신입생 20명 규모다. 신입생은 절반씩 의사면허 소지자, 이공계 학사 졸업생을 뽑을 예정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하버드 의대, MIT간의 복수학위제처럼 의학과 공학을 같이 전공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했다”며 “하지만 실제 만나본 학자들은 이렇게 프로그램을 다른 대학에서 이수하는 형태는 충분한 융합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스텍이 보유한 과학과 공학의 우수한 커리큘럼을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의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이라도 정부 허가를 받으면 의대를 만들고 연구중심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김 총장의 의지다. 그는 “포스텍이 의대를 만들고 새로운 대학병원을 만들게 되면, 기존의 지역병원들과 연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본 병원의 경험을 의대가 반영하고 서비스를 같이 제공해 의료서비스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제고한다면 포항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연구결과, 사업화로 결실 맺어야”= 의사과학자 양성만큼이나 김 총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기술 사업화‘다.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가 단순히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 쓰일 수 있는 사업화로 연결되는 ’기술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근 그가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 와이즈만연구소, 요즈마그룹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학-연구소-기업으로 연결되는 이스라엘의 기술 사업화 비결을 포스텍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의 모든 대학은 기술 이전 회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대학의 연구 결과를 상품화한 것도 바로 이스라엘이다.

김 총장은 “히브리대는 1964년 ‘이숨’이라는 기술이전회사를 설립해 여기서 시작한 기업만 170개가 넘는다”며 “대학들은 기술이전 수입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벌어 대학운영자금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연구를 잘하지만 산업화 결과가 부족한데 그 실마리를 이스라엘은 갖고 있다”며 “결국 이스라엘처럼 기술 사업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아내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김 총장은 메타버스로 캠퍼스를 확장해 이른바 ‘메타버시티’를 구현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했는데 학생들의 경험을 더욱 강화하고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며 “비대면으로 해외 자매대학에서 공부를 하거나 창업, 인턴십에 뛰어들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기다리기 보다는 직접 나서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지방 소멸 시대에 놓여있는 지금 포스텍은 경북지역 미래를 책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언제든 누구와도 손을 잡고 활로를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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