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 통해 기질 바꿔라”...코로나학번 전원, 내년 美CES 파견 결정

2022. 11. 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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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POSTECH)는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 재학생 전원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파견하기로 했다.

그동안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통해 일부 학생을 선발해 보내는 대학은 있어도 이처럼 한 학년 전체를 파견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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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환 포스텍 총장의 ‘파격 실험’
왕복항공료 270만~380만원 학교가 지원
CES파견 프로그램 첫 시작은 티켓 예약
특정과제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경험 중요
자기주도적 성취 고평가 취지 살려
행사비 10억 ‘남고 국제화 기금’으로 활용

포스텍(POSTECH)는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 재학생 전원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파견하기로 했다. 그동안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통해 일부 학생을 선발해 보내는 대학은 있어도 이처럼 한 학년 전체를 파견하는 일은 없었다. CES에 참여하는 포스텍 학생은 2022학년도 2학기 재학 기준 200여명. 이들에게는 항공료와 식비 등 5박 6일간의 여비 약 320만원이 지급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입학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대학 생활에 제한이 있었던 재학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이번 파견의 취지다. 20학번에만 한정하는 것은, 이들이 2023년에는 4학년에 올라가 대학에서 제공하는 해외 파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CES라는 행사를 통해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진로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견 방식은 우리 학생들의 ‘기질’을 바꾸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텍은 항공료를 지원하지만, 학생들이 탈 비행기를 예약해준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비행기를 직접 선택, 예약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했다. 많은 학생이 전 세계 사람이 몰리는 CES 기간에 방문하기 보다는 일부러 시기를 조정하거나 경유편을 구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이 기회에 아예 장기 여행을 계획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 한 학생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불과 130만원에 항공권을 구하기도 했다. 이 시기 국내 항공사 기준 왕복항공권의 가격은 380만원이 넘고, 외국항공사를 이용해도 27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직접 항공권을 제공하는 방법이 행정적으로는 더 간단했겠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비행기를 알아보고, 어떤 방식을 택할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바로 CES 파견 프로그램의 시작”이라며 “하나의 커다란 프로젝트 속에서 이를 자기주도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하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강제로 참가해야 하는 이벤트나 주어지는 과제도 없다. 조별 미션과 프로그램 종료 후 제출하는 간단한 소감문이 전부다. 특정 과업에 얽매이기보다는 관심사에 맞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행사 자체를 자발적으로 즐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는 김 총장이 강조해 온 ‘자기주도형 인재 양성’과 궤를 같이한다.

2008년 입학처장으로 재임할 당시 신입생 전원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제도를 확립했던 그는 “강남서 95점 받은 학생 대신 벽지의 90점 학생 뽑을 수도 있다”는 말로 대학가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교육이나 오랜 반복 학습으로 좋은 점수를 받도록 길러진 학생들보다는 자기주도적으로 성취를 이끌어 낸 학생들을 더 높게 평가하겠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을 또 하나의 뇌로 활용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훈련된 인재보다는 오히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돌파해나갈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대학이 여러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인재로 길러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김 총장은 강조했다. 이번 CES 파견도 그 일환이다.

한편, 학생 지원금액과 학생 인솔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약 10억원이다. 이 비용은 삼정강업 창업자인 고 이종열 회장의 유산으로 조성된 ‘남고 국제화 기금’에서 활용된다. 이종열 회장의 호를 딴 이 기금은 학생들의 해외 연수와 국제화 관련 교육에 지원되고 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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