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는 양날의 칼”…합의 후에도 ‘밀당’ 벌이는 與野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전망은]

변문우 기자 2022. 11. 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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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에 대한 엇갈린 시선…“진상 투명하게 밝힐 수 있지만, 정쟁 빠질 수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왼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해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편집자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 가까이 흘렀다. 여전히 참사의 총체적인 원인이나 책임 소재는 베일에 싸여있다. 정치권에선 어렵사리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총체적 원인을 밝힘으로써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와 정쟁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이번 국정조사가 올바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시사저널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국정조사의 근본적 한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등을 심도 있게 취재·분석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결렬 가능성 크다더니, 갑자기 합의했다고? 여야가 사랑싸움하나."

23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의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합의 발표를 들은 한 국회 출입기자의 반응이다. 그만큼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었다. 야 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여권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23일 합의 발표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가 발생한 10월29일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동안 국회의 모든 현장에서 '이태원 참사'라는 키워드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안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어야 할 공직자들은 참사 책임과 관련해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에서도 국가특별수사본부(국수본)을 꾸려 참사 진상규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아직도 참사의 총체적인 원인이나 정부 차원의 책임 여부는 베일에 싸여있다.

정치권은 어렵사리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당초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불사할 만큼 국정조사를 강경하게 요구한 반면 정부여당은 반대를 못 박아,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로 보조를 맞추고 자당 의원들 설득에 나서면서 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간 여야는 국정조사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 국민의힘은 당초부터 야권의 전방위 압박에도 "신속한 경찰 수사가 먼저"라고 못을 박아왔다. 대형 인명사고 때마다 수차례 국정조사가 진행됐지만, 결국 정쟁으로 흘러 후속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쟁으로 끌려가는 국정조사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힘겨루기 끝에 국정조사 진행은 확정됐지만, 곧바로 다음날 여야 사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국정조사에 정쟁이나 당리당략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여야 합의로 이뤄진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성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시간 끌기 전술이나 증인 채택 방해 등으로 정부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 3당의 일방적 국정조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간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불만스러운 점이 많다"면서도 "이전의 실패한 국정조사들처럼 정쟁으로 흐르거나, 과장된 당리당략의 선전장에 머무르지 않고, 정말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하는 국정조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정조사는 '양날의 칼'로 볼 수 있다. 제대로 활용하면 특정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고, 또 국민들에게 진실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여야가 극단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쟁으로 빠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럴 경우 시간만 잡아먹은 채 경찰 수사보다 더 못한 성과를 내며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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