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 신한울 다시 건설하기로 한 것”

울진=구자홍 기자 2022. 11. 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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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생태계’ 복원 현장을 가다

● 한울 1∼6기 가동되는 국내 최대 규모 원전 단지
● 신한울 1호기 완공 후 상업운전 승인 대기 중
● 尹, 文정부가 중단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시동

상업운전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한울 1호기(왼쪽)와 운영 허가 심사에 돌입한 신한울 2호기. [한수원]
# 7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가진 첫 업무보고에서 적극적인 원전 활용을 통해 당면한 에너지 쇼크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발전량의 30% 이상을 원전이 담당하도록 에너지 믹스를 재설계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를 2024년에 건설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개시하겠다는 것. '탈원전'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기약 없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특히 원전 산업 생태계를 이른 시일 내에 복원하기 위해 당초 925억 원에 불과하던 원전 산업 일감을 1300억 원대로 확대하고 원전 수출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조원 이상을 연내에 금융 및 R&D에 지원하고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조기에 공급할 방침도 밝혔다. 또한 2030년까지 해외에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DB]

2030년까지 해외에 원전 10기 수출 목표

# 8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ASE사(러 로사톰 자회사)가 수주한 엘다바 지역의 1200MW급 원전 4기 건설 사업이다. 8월 25일 한수원은 ASE사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황주호 사장과 러시아 ASE사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분야 수출이다.

# 10월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의 원전 개발 계획 수립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MOU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의 민간발전사 제팍(ZEPAK),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함께 추진하는 퐁트누프 프로젝트에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폴란드 정부는 현재 퐁트누프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철거하고 원전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폴란드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6∼9GW(기가와트) 규모 가압경수로 6기 건설 사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다. 하지만 민간 주도의 별도 사업의 경우 이번 MOU 체결로 한수원이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최대 국내 원전 단지이자 한국 원전의 메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이 성사됐다는 승전보가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멈춰 섰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지인 경북 울진이다. 한울 1∼6기가 가공되고 신한울1·2호기까지 완공을 앞둔 울진군 북면은 앞으로 신한울 3·4호기까지 건설되면 총 10기의 원전이 가동되는 최대 국내 원전 단지이자 한국 원전의 메카로 부상할 전망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준비 중인 경북 울진을 찾았다.

강릉과 포항 중간쯤에 위치한 경북 울진은 KTX 직통이 없어 서울에서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4시간 넘게 걸리는 교통의 오지에 속한다. 현재 속초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철도가 건설되고 있어 KTX가 연결되면 3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울진으로 가는 길은 크게 세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서울에서 춘천을 거쳐 양양까지 이어진 고속도로를 따라 한반도를 횡단한 후 동해안을 따라 울진까지 내려가는 'ㄱ'자 코스다. 두 번째는 서울에서 원주, 강릉을 거쳐 울진으로 내려가는 'ㄴ+ㄱ' 코스다. 세 번째는 서울에서 하남을 지나 이천, 여주를 거쳐 충주를 지나 제천, 영월, 정선, 태백을 거쳐 삼척을 통해 울진으로 향하는 국도를 이용한 사선 코스다. 위 두 코스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사선으로 내려가는 길은 이따금 고속도로를 이용할 뿐 대부분 구불구불한 국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된다.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한울본부 직원 사택. [구자홍 기자]
울진 북면에 들어서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신도시 축소판이라 할 만큼 깔끔하게 조성된 아파트 단지는 한수원 한울본부 직원이 거주하는 사택이다. 11개 동 388가구로 구성된 한울본부직원사택은 2019년 1월 완공돼 한울본부에 근무하는 2200여 명의 직원 중 상당수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울진에는 한수원 직원 외에도 발전사 등 관계사 직원 2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울진군 전체 인구가 4만7123명이라는 점에서 울진군 인구 약 10%가 한수원 한울본부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북면은 물론 인근 죽변면과 울진읍에 거주하며 출퇴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울 원전 주변 주민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부구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몇 년 동안 손님 구경하기 힘들었다"며 "코로나로 외지인이 덜 찾아온 것도 있고, 예정됐던 원전 공사가 중단된 것도 손님이 뚝 끊긴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원전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하루빨리 시작해서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진군 북면 부구터미널 앞 시내 풍경. [구자홍 기자]
북면 덕천리에 거주하다 한울 원전 건설 이후 죽변면으로 이사해 거주한다는 한 택시기사는 "원전을 짓게 되면 공사하는 사람이 많이 들어 올테니, 장사하는 사람도 그렇고 우리 같은 택시도 손님이 늘어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반겼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택시기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울진군 인구 감소 추세를 보여주며 "하려던 공사를 갑자기 안 하는 바람에 울진군 인구가 그동안 크게 감소했다"고 개탄했다. 2017년 5만974명이던 울진군 인구는 해마다 줄어 올해 10월에는 4만7123명을 기록, 5년 동안 3851명이 감소했다. 그는 "큰 공사라도 있어야 일자리가 생길 텐데, 마땅한 일거리가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계속 떠났다"며 "원전을 다시 짓게 된 것은 이 지역을 위해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100만人 서명 운동

2018년 10월 울진군민들이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동아DB]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소식을 환영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더러 마뜩잖게 여기는 주민도 있었다. 두 명의 택시기사가 우호적으로 얘기하자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다른 택시기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원전 더 짓는다고 농사짓고 고기 잡는 원주민 생활이 나아질 게 뭐가 있느냐"며 "장사하는 사람이야 외지인이 많이 오면 반짝 장사가 잘될 것으로 기대할지 모르지만 원전으로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원전 주변 다양한 주민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울진군에는 주민 중심의 단체가 결성돼 있다. 1980년대 초 정부가 원전을 울진에 건설키로 결정했을 때에는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한 '주민 생존권 대책위원회'로 출범한 것이 현재는 원전과 주민의 화합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발전협의회'로 성격이 바뀌었다.

현재 북면발전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는 이인균 회장이다. '생존권 대책위' 때부터 활동해 왔다는 이 회장은 울진 한울 원전의 산증인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신한울 3·4호기는 지역에서 관심이 많은 사업"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하겠다고 공사를 갑자기 중단시키는 바람에 그동안 수년에 걸쳐 지역 주민들이 원전 공사 재개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오희열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북면발전협의회가 주축이 돼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원전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100만 명이 아니라 몇백만 명이 서명해도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원전 정책이 바뀌어 지역민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진군 주민 대부분은 원전이 이곳에 지어진 이후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구 감소를 막고 오히려 외지인의 유입을 통해 인구 증가에 기여하는 좋은 구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예정 부지. [한수원]
이 회장은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새 원전이 건설되면 건설 과정에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고, 완공돼 발전소가 가동되면 상주 인원이 늘어나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발전소가 건설되면 반경 5km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직접 지원되는 발전소 지원금이 있다"며 "그 돈으로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시설도 짓고,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의 소득 증대를 돕는 데에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한울 원전이 위치한 울진군에 2006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2514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의 영어체험학습 등 교육과 장학 사업비로 쓰였고, 상수도요금 지원과 도시가스 설치 등 주민 삶의 질 개선에도 지원됐다. 또한 죽변도서관 자료 구입과 지역 문화행사도 지원하고, 최근에는 일정 연령 이상의 주민에게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부구터미널에서 만난 한 70대 어르신은 "올봄에 큰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며 "원전 덕을 좀 봤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발전협의회가 뜻을 모아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함으로써 지역 화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상업운전 준비 마친 신한울 1호기

그렇다면 원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회장은 "원전이 처음 지어진 초창기까지만 해도 원전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며 "6호기까지 순차적으로 건설된 한울 원전이 30년 넘게 안전하게 가동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원전 안전성에 신뢰를 갖게 된 데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울진에 지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것도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수원 한울본부의 협조로 상업운전 가동 준비를 마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한울 1호기를 미리 둘러봤다. 바로 옆 신한울 2호기는 최근 운영허가 심사에 돌입했다.

신한울 1·2호기는 2011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고 2012년 4월부터 건설에 들어갔다. 원전은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통상 한 번에 2호기씩 건설한다. 즉 좌우에 높이 76m, 너비 46m에 이르는 거대한 돔형 건물 가운데 원자로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신한울 1·2호기는 발전용량 1400MW(메가와트)의 한국형 원전 ARP1400이 적용됐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원전모델 OPR1000을 발전시킨 것으로 발전용량을 기존 1000MW에서 1400MW로 높이고,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린 것이다. ARP140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것으로 폴란드에도 같은 원전을 수출할 예정이다.

신한울 1호기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을 국내 최초로 디지털화한 것이 특징이다. MMIS는 원전을 가동하고 제어하는 두뇌 구실을 하는 시스템으로 그동안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했던 것을 컴퓨터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디지털화한 것이다. 다만 컴퓨터 작동이 원활치 않은 상황을 대비해 '안전제어시스템'은 오프라인 그대로 제어실 한 켠에 별도로 구축해 놨다. 컴퓨터와 안전제어시스템 모두가 고장 나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 주제어실 외부에 추가 스위치를 따로 설치해 놨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플랜B에 이어 플랜C까지 2중, 3중의 안전제어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다.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 전태훈 대외홍보파트장은 "원전 설계부터 시공까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안전'문제"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원전을 운용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시스템을 갖춰놓았다"고 소개했다.

경북 울진 한울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는 동해와 태백, 영주를 거쳐 세 갈래 길로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으로 전송된다. 울진 한울 원전 취재를 마친 뒤 울진 한울 원전에서 시작된 송전탑을 따라 서울로 향했다. 삼척, 태백을 거쳐 정선과 영월을 지나 제천과 원주, 여주와 이천, 하남에 이르기까지 국도 주변 산 위에는 거대한 송전탑이 설치돼 있었다. 2500만 명의 수도권 주민과 수도권 산업시설에서 많이 소요되는 전기가 서울에서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저 멀리 경북 울진 한울 원전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울진=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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