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해변…낙원이 따로 없네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김재범 기자 2022. 11.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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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정취 가득한 충남 서해
세계 5대 갯벌인 가로림만 ‘웅도’ 풍광 황홀경
바다 가르는 해안 오솔길, 발닿는 곳이 포토존
서산 부석사에서 ‘인생 일몰’ 내려다보며 힐링
해미읍성 역사체험, 입 즐거운 해미호떡 ‘별미’
썰물로 바닷물이 빠진 웅도 해변에 생겨난 해안 오솔길. 맞은편에 있는 작은섬 조도까지 이어진다. 초겨울 오후의 햇살을 받은 바닷가의 모습이 마치 클래식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서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동, 서, 남해안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동해안이 탁 트인 해안선과 박력 넘친 파도, 일출이 멋지다면 남해안은 한려수도로 대표되는 그림같은 전경이 일품이다. 그럼 서해안은 어떨까. 남해안과 마찬가지로 여러 섬들이 오밀조밀 어우러진 풍광을 지니면서 조수간만의 차 덕분에 밀물과 썰물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국가해양정원이 추진 중인 가로림만이 있는 충남 지역은 이런 서해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요즘 같은 초겨울이면 계절 특유의 고즈넉함과 삽상함이 어우러져 더욱 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그림같은 해안 오솔길

서산 가로림만의 웅도는 크기가 1.58km²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가로림만의 여러 섬 중에는 가장 크다고 한다. 뭍에서 직선거리가 700m 밖에 되지 않아 밀물과 썰물에 따라 육지와 이어지기도 하고, 섬마을이 되기도 한다.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밑둥은 하나지만 나뭇가지가 아홉 개로 갈라진 거대한 소나무, 반송을 만날 수 있다. 400년 정도 나이를 먹은 노송인데 굵은 가지가 지나온 숱한 풍상을 견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웅도가 있는 가로림만은 바닷물이 빠지면 너른 갯벌이 드러나면서 풍광이 싹 달라진다. 해변 데크길 밑으로 찰랑거리던 바다가 간조 때는 멀리 물러나면서 1km 앞의 섬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 짧은 겨울해 때문에 오후에는 살짝 서해 쪽으로 역광이 걸리는데, 이때 물이 빠진 웅도의 해변길은 그 자체가 그림이다. 고가의 카메라나, 사진 필터를 쓰지 않아도 썰물로 드러난 작은 섬까지 이어지는 해안 오솔길과 반짝이는 바다의 어우러짐이 참 예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역사기행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읍성 중 하나이다. 성곽둘레 1800m, 높이 5m이며 성 내부의 면적이 20여만m²에 달한다. 조선 태종 때 시작해 성종 시절 완성되었고 230여 년간 종2품 병마절도사가 주둔하던 충청의 군사중심지였다. 조선말에는 많은 천주교도가 목숨을 잃은 순교 성지이기도 하다. 현재는 3개의 대문과 객사 2동, 동헌 1동, 망루 1개를 복원해 역사공원으로 가꾸었다. 나이를 먹은 아름드리 고목들이 성내 여기저기 있고, 넓은 잔디광장과 조선시대 화포와 같은 전시물 등도 있어 아이들과 역사와 민속체험을 하기 좋다.

영주 부석사와 한자 이름과 창건 설화까지 똑같은 서산 부석사는 산비탈에 자연스레 자리한 절집의 모습이 예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서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주목할 일몰 명소

부석사란 이름을 들으면 보통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를 떠올린다. 그런데 서산시 부석면 도비산에도 부석사(浮石寺)가 있다. 영주 부석사와 한자 이름이 똑같고 심지어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창건설화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영주 부석사가 화엄종의 근본도량인 반면, 서산 부석사는 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이다.

유명세가 영주 부석사만큼은 아니지만 서산 부석사도 매력적인 곳이다. 도비산 비탈을 올라가는 절까지의 길도 호젓하니 운치가 있지만 무엇보다 산자락 굴곡진 경사에 맞춰 자연스럽게 앉아있는 절집을 포함한 주변 경관이 멋지다. 특히 마애석불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일몰은 시원스런 전경과 멀리 펼쳐진 섬세한 해변의 모습이 사진으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여행의 별미, 해미호떡

서산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에는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꽃게장을 비롯해 간월도와 웅도 특산인 어리굴젓, 게국지, 밀국낙지탕, 우럭젓국, 영양굴밥 등의 향토 별미가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이번 초겨울 나들이에서 인상적인 별미를 꼽는다면 해미호떡이다. 해미읍성 옆에 있는 작은 가게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이후 오전부터 오픈런이 생길 정도로 인기이다. 마가린을 사용하는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 가게 옆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 그곳에서 커피와 함께 갓 만든 뜨거운 호떡을 즐길 수 있다. 소박한 브런치이지만 나름 여행길에서 누릴 수 있는 소확행이다.

서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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