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숨바꼭질 '제2 N번방' 주범 잡았다…호주서 체포

김성진 기자 2022. 11.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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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9명 성착취물을 만들고 유포해 '제2 N번방' 사태를 일으킨 주동자 '엘(대화명)'이 해외 공조 끝에 호주에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제2 N번방 사태 주동자인 20대 A씨를 지난 23일 호주에서 체포해 국내 송환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말쯤부터 지난 8월15일까지 10대 청소년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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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10대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제2 N번방' 주동자 엘이 호주 시드니 교외 주거지에서 체포됐다./영상제공=서울경찰청.

10대 청소년 9명 성착취물을 만들고 유포해 '제2 N번방' 사태를 일으킨 주동자 '엘(대화명)'이 해외 공조 끝에 호주에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제2 N번방 사태 주동자인 20대 A씨를 지난 23일 호주에서 체포해 국내 송환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말쯤부터 지난 8월15일까지 10대 청소년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월 한 10대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A씨를 추적해 왔다. A씨는 보안이 강한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10대들에게 "네 사진과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수천명이 참여하는 단체 메신저방에 뿌렸다. 그 수법이 2년 전 박사(조주빈), 갓갓(문형욱) 때와 비슷해 사건은 '제2 N번방'이라 불렸다.

수법은 더 진화한 상태였다. 제1 N번방 때 주된 피해자는 이른바 '일탈계' 운영자들이었다. 일탈계는 SNS에 자신 얼굴은 가리고 신체 사진을 찍어 올린 계정을 말한다. 제1 N번방 주범들은 계정 운영자 신상을 알아내 이런 사진을 '주변 사람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제2 N번방은 일탈계 운영자가 아니어도 피해자 사진을 구해 불법 합성물(딥페이크)을 만들어 피해자를 협박했다. 주범 A씨는 수사 기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텔레그램 대화명을 수시로 바꿨는데 그중 하나가 '엘'이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엘번방' 사건이라 불렸다.

10대 청소년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이른바 '제2N번방' 주동사 엘이 호주 경찰과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서울경찰청.

경찰은 140여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텔레그램, SNS 대화 내용을 분석했고 엘이 호주에 살고 있다고 특정했다. 이어 호주 경찰과 작전명 '인버록(INVERLOCH)'으로 시드니 교외에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여죄(다른 범죄)를 저질렀는지 수사 중이다. 이후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계획이다.

수사 결과 엘은 2012년 가족과 호주로 떠난 상태였다. 이민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엘의 국적은 한국이고 아직 호주의 시민권, 영주권은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엘에게는 공범과 방조범 15명이 있었다. 경찰은 13명을 송치했고 이들 중 2명은 구속했다.

공범은 엘과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함께 제작한 이들이다. 방조범들은 피해자들을 텔레그램 단체메신저방에 초대해 이미 만들어진 성착취물을 올리라고 강요했다.

엘과 공범들이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이들은 텔레그램 상에서 서로를 알게 됐다. 공범, 방조범들 모두 남성이다. 공범 중 한명은 고등학생이다. 이들 중 일부는 성범죄 전과가 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음란물 유포) 등 혐의다.

경찰은 단순 시청자와 피해자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람 10명도 검거했다. 이중 8명은 송치했고 3명은 구속됐다.

이들 검거 과정에 텔레그램 측 협조는 미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협조가) 전혀 안됐다"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검거는 경찰이 호주 경찰과 협조해 범인을 검거한 최초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를 확대해 디지털 환경에서 성범죄가 척결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 잘못이 아니다"라며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경찰이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도움을 받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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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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