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밥 아이거, 디즈니+ 흑자 전환 프로젝트 시작됐다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022. 11. 25. 09: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디즈니의 영원한 아이콘 밥 아이거가 돌아왔습니다. 밥 아이거가 돌아오자 집 나갔던 주가도 돌아오고 있습니다. 경영자의 귀환으로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월트디즈니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단 12일 만인 지난 20일 밥 아이거를 2년 계약의 CEO로 선임하면서 “디즈니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업계의 변화 과정에서 이 중추적인 시기를 이끄는 데 있어 밥 아이거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100주년을 앞둔 월트디즈니가 다음 백년을 여는 데 있어 아직 밥 아이거를 대체할 이는 없다는 판단이 강력히 작용했습니다.

밥 차펙 전 월트디즈니 CEO는 기존에 테마파크 등 운영에 강점을 보였는데요. 팬데믹이 터지면서 아무래도 테마파크, 크루즈 사업이 어려울 때 스트리밍 서비스에 힘을 주는 선택을 했습니다. 디즈니만의 탄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디즈니 플러스(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다만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런 우려가 명확하게 드러난 지난 3분기(회계연도 4분기) ‘어닝 쇼크’가 CEO 퇴진에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습니다. 실적 발표 후에 주가가 13% 넘게 떨어지면서 월트디즈니 역사상 2001년 9.11 테러 이후 일일 기준 낙폭이 가장 컸다고 집계됐을 수준이었습니다.

밥 아이거의 앞으로의 미션이 무엇일까요. 그는 첫 일성으로 디즈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DEMD) 직원들에게 내부 공지를 통해 대대적으로 사업 재편을 예고했습니다. 아이거 CEO는 "우리의 목표는 앞으로 몇 달 내에 새로운 구조를 정립시키는 것"이라며 "DEMD 부문의 몇몇 요소는 남아있겠지만 스토리텔링은 회사의 동력이고 우리가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두 번째 100년을 여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변화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2020년 10월부터 DEMD를 맡았던 카림 대니얼이 물러나게 됐습니다. 결국 차펙 CEO가 남긴 유산을 원점으로 돌리고 새로운 구상을 하겠다고 한 거죠. 새로운 밑그림을 그릴 드림팀도 발표합니다. 다나 월든 월트디즈니 일반 엔터테인먼트 총괄을 비롯해 앨런 베르그만 월트디즈니 콘텐츠 스튜디오 총괄, 제임스 피타로 ESPN 사장, 크리스틴 맥카시 월트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네 명인데요. 각 영역을 이끌며 밥 아이거에게 직보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DMED 부문이 왜 집중적인 타깃이 됐느냐. 아무래도 해답은 재무제표에 있겠죠. 월트디즈니의 사업 부문은 콘텐츠, 스튜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관할하는 미디어 부문과 테마파크, 크루즈, 캐릭터 상품 등이 있는 테마파크 부문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3분기 실적에서 테마파크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가량 매출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부문에서는 같은 기간에 매출이 3% 줄어들어 127억2500만 달러(약 17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9% 늘어난 201억5000만 달러(약 27조원)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주력 분야의 매출이 감소했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죠. 게다가 미디어 부문 운영이익이 83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91%나 감소한 거예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미디어 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이었는데요.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1210만명 증가해 시장 추정치(886만명)를 상회했습니다. 매출은 8% 증가한 49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기록했지만 이 기간 운영 손실이 15억 달러(약 2조원)로 87% 증가했다는 게 문제가 됐습니다. 디즈니플러스의 손실 증가와 훌루의 수익 감소가 ESPN+의 실적으로 상쇄되긴 했지만 오리지널 시리즈 등 제작비 상승이 너무 큰 출혈이 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유료구독자별 평균 매출도 10% 가량 줄어든 6.1달러를 기록해, 4% 상승한 그외 해외 지역과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특히 해외 지역의 경우에는 강달러 영향에도 불구하고 구독료 상승으로 평균 매출이 상승했는데 북미 지역에서는 매출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결국 투자자와 이사회에게는 혹 같은 디즈니+ 손실을 줄이고 흑자 전환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과제가 됩니다. 차펙 전 CEO는 2024년 3분기까지는 흑자전환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분기에만 운영 손실이 2조원에 달하다보니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죠.

아이거가 CEO로 활동했던 15년 간 디즈니 주가는 5배 이상 올랐고 연간 순이익은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2012년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면서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는데요. 이제 돌아온 아이거가 어떤 방식으로 디즈니다운 저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미 모펫네이선슨은 디즈니 종목을 ‘우수(OUTPERFORM)’으로 상향하면서 120달러로 목표치를 제시했습니다. 더그 크루츠 코웬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CEO의 역할은 영화와 TV 프로덕션을 비롯해 테마파크, 크루즈, 캐릭터 사업 등을 동시에 저글링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제작 및 스트리밍 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결국 밥 아이거 체제에서 디즈니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상단의 영상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