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채취하고 CCTV 감시… 중국 신장은 ‘디지털 지옥’ 이었다

2022. 11.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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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이슬람교도를 탄압하는 중국 정부를 향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2009년 신장 위구르 폭동 이후

중국 정부가 자행한 인권 유린 폭로

150만 무슬림 구금해 세뇌하고

얼굴 · 음성 인식해 일상생활 감시

소셜 앱 깔면 블랙리스트에 올려

예비 범죄자로 몰아 검문하기도

■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대런 바일러 지음 | 홍명교 옮김 | 생각의힘

2009년 중국 서북방 신장(新疆) 위구르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처음엔 한족 노동자들의 위구르족 노동자 집단 린치에 항의하는 시위로 시작됐다. 당국이 실탄을 사용해 유혈 진압하자, 시위는 폭동으로 번져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았고, ‘고강도 진압’ 작전에 따라 위구르인 수천 명이 실종됐다.

1200만 위구르족은 이 땅의 오랜 주인이었다. 1990년 초 개혁개방 이후, 위구르족 거주지에 한족들 수백만 명이 이주하면서 민족 갈등이 본격화했다. 이 땅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중국 내 주요 화석 연료 공급처이자 전 세계 면화와 토마토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경작지였다. 중국 정부는 채용을 차별하고 토지를 강제 수용함으로써 위구르족을 저임금 노동자와 소작농으로 내몰았다. 위구르족은 ‘이등 국민’으로서 착취와 생활고에 시달렸고, 저항과 폭력의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대런 바일러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의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지난 10년간 이 땅에서 중국 정부가 자행한 인권 유린의 잔혹한 실체를 파헤친다. 저자는 중국 정부 문서, 기술산업 문서 등을 검토하고, 위구르족·카자흐족·후이족 등 소수민족 수감자, 노예 노동을 통해 값싼 물건을 생산했던 수용소 노동자, 24시간 감시 스크린을 들여다봤던 경찰 보조원 등과 ‘위험한’ 인터뷰를 거쳐 진실을 폭로한다.

지난 10년간 이 지역에서 이른바 ‘테러와의 인민 전쟁’이 실시됐다. 이는 사실상 한족 정착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초법적 집단억류 프로그램이었다. 인민 전쟁은 1500만 무슬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그들의 종교적·문화적 전통을 불법화했다. 위구르족은 이동의 자유를 상실했고, ‘불법 출산 제로 정책’에 따라 맘대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쥐나 해충으로 묘사하면서 직업 훈련을 위한 ‘재교육’ 명목으로 무려 150만 명이나 ‘수용소’에 구금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수용소는 철저한 규율과 감시, 상시적 폭언과 폭행,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인간 정신을 무너뜨림으로써 정부 명령에 언제나 “예!”라고 말하게 강제하는 세뇌 감옥이었다.

일상 전체도 수용소로 변했다. 위구르족은 역사상 최악의 디지털 감시 체계 속에서 살면서 휴대전화나 컴퓨터 사용에서 거리 이동 및 장소 출입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가 감시됐고,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란 명목으로 얼굴과 홍채, 목소리 특징, 혈액과 지문과 유전자(DNA)를 채취당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메그비, 아이플라이텍, 파이버홈 같은 기업들은 이곳을 실험장 삼아 얼굴 인식, 음성 인식, 디지털 포렌식 등에서 세계 제일의 기술을 확보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와 첨단기술의 결합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인클로저 시스템’과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살아 있는 ‘빅브러더’이다. 이 지역에선 ‘예비 범죄’란 이름으로 ‘유죄 추정 원리’가 작동한다. 특정 데이터 소스를 빌미 삼아 시스템이 스스로 예비 범죄자를 색출하고 당국에 통보함으로써, 언제든 그를 체포해 감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 작동하는 것이다.

위구르족 등 무슬림은 때때로 왓츠앱 같은 특정한 소셜 미디어 앱을 설치하기만 해도 예비 범죄자로 몰려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이슬람 사원 입구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드나드는 이를 자동 식별하고, 일정 횟수 이상 방문자를 테러리스트 감시망에 편입한다. 거리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놓여 있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 장치를 통해 정해진 구역 바깥으로 벗어나면 긴급 출동한 ‘경찰 보조원’이 검문할 수 있다. 끔찍할 뿐이다.

중국 정부가 사용한 디지털 감시 및 추적 기술은 우리 곁에도 있다. IBM·아마존·구글·페이스북·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같은 기술을 사용해 우리를 추적한다. 스마트폰을 열 때 사용하는 얼굴 인식, 물류창고에서 노동자 행동 통제에 쓰는 동작 인식, CCTV를 통한 일상 행동 감시를 떠올려보라. 이 책에 가득한 울음과 비명에 몸서리치면서 생각한다. 우리 사회 전체를 ‘신장 위구르화’하지 않도록 우리 안의 ‘감시 자본주의’를 억제하고 통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8쪽, 1만6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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