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예술 · 욕망으로 버무려진 ‘미식의 역사’ 를 맛보다

박동미 기자 2022. 11.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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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음식 산업에 종사했고 하버드대에서 음식 과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예술이자 과학, 그리고 인류의 발자취인 '요리'를 탐색한 책이다.

따라서, 저자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할 때뿐 아니라, 일상의 음식을 만들 때도 요리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책은 19세기 예술과 과학이 만나면서 요리의 발전상에 벌어진 사건들, 20세기 후 현대 요리법, 미지의 영역이자 맛과 냄새와는 다른 풍미의 세계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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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사피엔스 | 가이 크로스비 지음 |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30년 넘게 음식 산업에 종사했고 하버드대에서 음식 과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예술이자 과학, 그리고 인류의 발자취인 ‘요리’를 탐색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요리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이며, 요리의 발전은 인류가 진일보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따라서, 저자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할 때뿐 아니라, 일상의 음식을 만들 때도 요리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양과 맛을 발전시키는 일이, 결국 만성적 질환을 줄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은 200만~1만2000년 전 불의 발견이 가져온 요리의 탄생,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획득한 생물학적 진화, 인류 최초 레시피 등 인간이 어떻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요리하는 종이 됐는지 그 기원을 들여다본다. 특히, 책은 지금은 익숙해져 버린 ‘미식의 세계’가 본격화된 것이 16~18세기 과학 르네상스 때문이라고 보고, 그 기반을 닦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컨대, 책은 마리 앙투안 카렘이 창시한 요리법 ‘누벨 퀴진’ 덕에 프랑스 요리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때가 현대 화학을 창시한 라부아지에가 정교한 실험을 통해 프랑스 과학의 전기를 마련한 직후와 시기를 같이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책은 19세기 예술과 과학이 만나면서 요리의 발전상에 벌어진 사건들, 20세기 후 현대 요리법, 미지의 영역이자 맛과 냄새와는 다른 풍미의 세계를 파헤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후각과 미각이 생존을 위해 발달했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갈망 역시 에너지와 영양을 얻기 위한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라는 통념을 깨트린다. 단적으로 ‘풍미’를 보자. 그것은 냄새와 맛도 아니며, 그 둘을 바탕으로 한 뇌의 작동이자 이미지다. 어린 시절 먹은 음식을 어른이 되어서도 그리워하며 ‘소울푸드’라 부를 수 있는 것도 바로 ‘풍미’ 덕분인데, 저자는 여기서 음식에 대한 갈망이 강렬하게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욕망을 관장하는 뇌의 위치가 바로 섹스, 중독성 약물, 음악에 대한 갈망을 만드는 곳과 같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먹방’ 열풍을 이해하고 분석할 새로운 근거를 제공한다.

‘과학으로 맛보는 미식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대중 과학서를 지향한다. 과학과 예술의 발달의 영향을 받고, 또 때로는 영향을 주기도 한 요리의 역사, 글루텐 등 요리와 먹는 행위에서 생겨나는 물질들에 대한 탐구, 여기에 저자만의 레시피까지 어우러져, 요리에 관한 한 더는 지적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사례와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과학 관련 번역서의 한계이자 벽은 이 책에서도 어쩔 수 없다.

길고 생소한 지명, 인물명, 화학식 등이 즐비하니, 가볍게 접근했다가 몇 장 읽지도 못하고 포기할 수도. 요리가 긴 시간에 걸쳐 발전해 온 대서사를 가진 만큼, 건강과 맛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선, 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356쪽, 1만8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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