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로 주목받은 신예 이종원 “금수저 생긴다면? 안 쓰죠”[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11.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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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금수저’에서 황태용 역을 연기한 배우 이종원. 사진 에코글로벌그룹



MBC 드라마로 지난 12일 막을 내린 ‘금수저’는 세 번 그 집의 밥을 먹으면 그 집의 자녀가 되는 신비한 힘의 금수저를 놓고 여러 인물의 욕망이 오가는 판타지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처음에는 ‘흙수저’ 집의 자녀였다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 부모를 바꾼 후 결국 기억을 잃어버린 승천(육성재)이었을까, 이 모든 판을 다 깔아놓고도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빌런’ 현도(최원영)였을까.

이 드라마의 과정이나 결말이 가치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잣집 도련님은 악역’이라는 도식을 깨어낸 데 있다. 극 중 황태용 역을 맡은 배우 이종원의 역할이다. 황태용은 처음에는 안하무인의 ‘금수저’였지만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부모가 바뀐 이후 가족과 꿈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MBC 드라마 ‘금수저’에서 황태용 역을 연기한 배우 이종원. 사진 에코글로벌그룹



그래서 결말도 제일 좋았다. 결국 돌아가신 아빠 이철(최대철)의 꿈을 이어받아 웹툰 작가가 돼 인기 작가가 된다. 인터뷰장에서 나온 ‘진짜 주인공은 태용이었다’는 말에 이종원의 얼굴은 빨개졌다.

“모두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는 사실 대본이 나오기 전까진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집중력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미리 결말을 예측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했습니다. 태용이가 마지막에 ‘이런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제가 진짜 금수저입니다’라는 대사가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운명은 바뀌었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랑 속에서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 게 아닌가 싶어요.”

드라마는 금수저로 밥을 세 번 먹으면 신분이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도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전까지는 이종원과 육성재 중 누가 이승천 역이고, 황태용 역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툭하면 “네가 승천이냐 태용이냐”하는 질문이 나왔다. 이종원은 황태용일 때는 올림머리와 무표정 그리고 차가운 눈빛, 이승천일 때는 미소와 함께 자연스럽게 내리는 머리로 차이를 표현했다.

MBC 드라마 ‘금수저’에서 황태용 역을 연기한 배우 이종원의 출연 장면. 사진 MBC



“1인2역은 아니지만 계속 인물이 바뀌는 설정이라 계속 승천 역의 육성재 배우와 계속 이야기해야 했어요. 평소의 의상이나 사소한 행동, 집안에서는 서로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고 서로의 모습을 참고했습니다. 이종원이 육성재를 연기한 것이었죠.”

금수저 역이었지만 실제 이종원의 어린시절은 이승천의 환경이 더욱 익숙하다. 반지하 함께 사는 오붓한 가족들의 모습은 그의 유년 기억을 자극했다. 황태용의 역할은 오디션을 통해 선정됐는데 일단 금수저니까 ‘부내나게’ 의상을 입고 오디션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작 연출자 송현욱 감독은 가끔 배어나는 인간적인 미소에 더욱 집중했다. 집중하다가도 잠시 나오는 ‘바보 같은’ 웃음은 이종원에게 ‘금수저’라는 기회를 줬다.

“금수저에 따라 부모님이 바뀌는 배역이었고, 저도 현장에서 막내뻘이라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사실 20 몇 년 동안 키운 아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시잖아요. 방송을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친척, 지인분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줄거리도 많이 물어보시고…. 이렇게 즐거워하시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MBC 드라마 ‘금수저’에서 황태용 역을 연기한 배우 이종원의 출연 장면. 사진 MBC



어렸을 때부터 패션모델을 좋아해 모델이 꿈이었던 이종원은 가수 이승환의 2019년 발표곡 ‘너만 들음 돼’의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처음 해봤다. 바가지 머리를 하고 바보스러운 이미지를 연기하면서 연기에 대한 희열을 느꼈고 본격적인 연기수업을 받았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을 거쳐 지난해 방송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2’에서 외과 레지던트 2년차 김건 역을 맡으면서 얼굴을 알렸다.

“처음 신원호 감독님의 선택을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감독님의 촬영방식이나 현장에서 다른 분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진심이 느껴지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금수저’에 캐스팅됐을 때도 연락을 드렸는데 정말 좋아해 주셔서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극 중 금수저로 밥을 먹지는 않았지만, 이종원의 입지는 짧은 시간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굳이 금수저가 필요 없는 성장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더욱 큰 욕심은 있을까. 그는 원하는 것은 분명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분명하게 말하는 심지가 돋보였다.

MBC 드라마 ‘금수저’에서 황태용 역을 연기한 배우 이종원. 사진 에코글로벌그룹



“이제 곧 서른이 되는데요. 다가오는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는다면 너무 행복하겠지만 제 20대의 인생,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던 시간이 행복했어요. 만약 드라마처럼 금수저를 받는다면요? 안 쓰죠. 저는 ‘금수저’를 찍기 전부터 행복했고 자신도 있었어요. 굳이 부모님을 바꾸면서 부를 얻고 싶지 않아요. 단지 지금까지 배우고 쌓았던 모든 것이 잘 드러나는 30대가 됐으면 합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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