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서점’ 계룡문고, 임대료 밀려 26년 만에 폐점 위기

최예린 2022. 11.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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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대표 지역 서점인 '계룡문고'가 문 연 지 26년 만에 폐점 위기에 놓였다.

이에 계룡문고는 올해 3월까지 약 426만~636만원의 월 임대료와 월 관리비를 냈다.

하지만 재계약 시점이 다시 돌아오면서 대전테크노파크 쪽은 계룡문고에 임대료와 관리비 감면 혜택을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전시 공유재산 관리 조례'를 들어 약 1200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대전테크노파크 쪽은 계룡문고 쪽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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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전 중구 선화동의 ‘계룡문고’ 모습. 최예린 기자

대전의 대표 지역 서점인 ‘계룡문고’가 문 연 지 26년 만에 폐점 위기에 놓였다. 온라인·대형 서점의 강세 속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영난이 심해진 탓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수개월째 내지 못했다. 건물주는 퇴거를 통보했다.

24일 대전시와 계룡문고 등의 말을 종합하면, 대전시 산하 기관인 대전테크노파크는 대전 중구 선화동의 건물 지하 1층에 입점해 있는 계룡문고를 상대로 지난 2일 자리를 비우고 나가달라는 인도 소송을 냈다. 계룡문고는 1996년 대전 중구 은행동에 문을 열었고, 2007년 옛 충남도청 앞 지금의 선화동 자리로 옮겼다. 대전테크노파크는 삼성생명 소유였던 선화동 건물을 2019년 10월 매입한 뒤, 계룡문고와 임대차 계약을 이어갔다.

대전테크노파크는 2020년 3월 계룡문고와 재계약을 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고려해 임대료와 관리비를 60% 깎아줬다. 이에 계룡문고는 올해 3월까지 약 426만~636만원의 월 임대료와 월 관리비를 냈다. 하지만 재계약 시점이 다시 돌아오면서 대전테크노파크 쪽은 계룡문고에 임대료와 관리비 감면 혜택을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드는 등 상황이 바뀌지 않았냐는 취지다. ‘대전시 공유재산 관리 조례’를 들어 약 1200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대전테크노파크 쪽은 계룡문고 쪽에 요구했다.

결국 재계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4월 이후 10월까지 계룡문고 쪽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다. 대전테크노파크가 9월에 퇴거 통보를 하고 지난 2일에는 인도 소송을 청구한 까닭이다. 계룡문고 쪽은 지난 9월 대전시에 감면 혜택을 유지해달라는 청원을 내며 맞서고 있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가 24일 오전 서점을 찾은 유치원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최예린 기자

계룡문고의 폐점 위기 소식에 지역은 술렁이고 있다. 계룡문고는 ‘책 읽어주는 서점’을 표방하며, 26년 동안 꾸준히 유·초·중·고생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각종 지역 문화행사와 지역 작가의 북콘서트도 수시로 열리는 곳이다. 이런 점을 높게 평가받아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지역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세월 최선을 다했다”며 “경영난은 점점 심해지는데 임대료까지 오르니 어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전테크노파크 입장은 완강하다. 다른 입주기업과의 형평성을 생각하면 계룡문고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건물에는 계룡문고 외에도 12개 업체와 기관이 입주해 있다. 대전테크노파크는 입장문을 통해 “건물 입주 업체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임대료·관리비를 부과하고 있다”며 “계룡문고가 시민 독서 진흥과 경기 침체를 명분으로 경영 손실을 대전테크노파크에 전가하려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들고, 다른 입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계룡문고의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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