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백합나무 가로수, 어린 황금사철나무와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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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철, 백합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 서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했지."
24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문일여고 인근 구월남로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원순상(82)씨는 정류장 옆에 뻗어 있는 백합나무(튤립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남동구가 실시한 설문에서 백합나무를 없애고 다른 나무를 심는 사업에 대한 주민 찬성 응답률은 80%를 웃돌았다.
이런 여론을 뚫고 백합나무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남동구의 세심한 고려가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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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철, 백합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 서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했지.”
24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문일여고 인근 구월남로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원순상(82)씨는 정류장 옆에 뻗어 있는 백합나무(튤립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40년 묵은 이 나무는 싹둑 잘려나갈 위기에 몰려 있었다. 남동구가 지난해 가로수를 모두 베어내고 다른 종의 나무를 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차도는 물론 인도도 좁아 아름드리 백합나무가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나무 위로 고압선이 지나는 터라 안전사고 논란도 있던 터였다.
실제 ‘백합나무 반대’ 여론은 거셌다. 남동구가 실시한 설문에서 백합나무를 없애고 다른 나무를 심는 사업에 대한 주민 찬성 응답률은 80%를 웃돌았다. 백합나무를 그대로 두자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이날 만난 동네 주민 ㄱ씨도 “가로수 제거를 원하는 주민들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뚫고 백합나무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남동구의 세심한 고려가 작용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취임 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키운 가로수를 모두 제거하기보다 안전진단을 통해 위험한 수목만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담당 부서에 대안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남동구는 전체 86그루의 백합나무 중 32그루만 없애고 나머지 54그루는 남기는 걸로 방침을 바꿨다. 베어낸 곳에는 산딸나무 36그루를 심고 황금사철나무도 940그루 심기로 했다.
가로수는 한 종류의 수목만 심도록 한 조례(‘인천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와는 거리가 있는 결정이지만 지역 시민단체에선 유연한 행정 조처로 반색한다.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획일적 가로수 정책을 강제하는 조례에도 불구하고 문제 되는 나무만 수종을 바꿔 심기로 한 남동구의 행정은 지자체 가로수 정책의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며 “노령 가로수와 어린 가로수가 앞으로 만들 조화로움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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