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왜 의사의 말은 항상 어려울까?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2022. 1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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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사람을 특징짓는 말 중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병원 진료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의사들의 말 혹은 의학용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의사에게도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환자들도 우리말 의학용어를 더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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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의사라는 사람을 특징짓는 말 중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병원 진료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의사들의 말 혹은 의학용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암환자의 진료실에서도 이런 어려움은 흔히 볼 수 있다.

"분화도가 좋지 않은 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표지자가 양성인 것을 보니 예후가 나쁜 악성 종양인 것 같습니다." 과연 이 말을 우리 환자나 보호자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듣는 이의 얼굴에서도 난처한 기색이 느껴진다. 양성이라는 말인지 악성이라는 말인지, 양성이면 좋다는 뜻인 것 같은데 나쁜 암이라는 말을 하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화도라는 말은 그 자체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말하는 나 자신도 이런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검사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니 하는 말이다. 설명도 일종의 대화의 하나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미 대화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일방적인 말일 뿐이다.

의학 그리고 의료라는 말이 바람직한 모습을 가질 때는 소통이 잘 되는 때일 것이다. 설명을 통해 소통을 하려는 의사의 말이 오히려 소통을 가로 막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면 해결을 위해 전문가가 나서야 할 일이다.

자주 등장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의학용어를 한글화 하자는 주장이다. 어려운 한자를 쉬운 한글로 바꿔서 사용하면 이해가 쉬워질 수 있다는 말인데 취지는 공감이 가지만 시들해진 이유가 있다. 의사에게도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환자들도 우리말 의학용어를 더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위선암을 위샘암으로, 갑상선암을 갑상샘암으로 바꾸면 이해가 쉬워질까?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한글 사용 확대의 당위성은 존중돼야 한다.

현대의학은 서구에서 시작된 학문이다. 서양의학에서 설명하는 대부분의 개념이 우리 고유의 것에는 없는 것이 많다. 그래서 한자를 사용해서 서양의학용어를 번역해 사용해 왔다. 한자를 한글로 바꾸면 어려운 개념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까? 어려움은 남고, 말만 바뀌어 혼란스럽거나 어색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필자가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소통을 원할하게 하는 쉬운 용어로서의 한글화다. 명분을 앞세우기보다는 현장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의사 혹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떤 도움과 이익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칫 '쓰지 않는 좋은 물건'만 만드는 상황일 수 있다.

그리고 용어만 쉽게 고친다고 해서 의사의 말이 쉬운 말이 될까?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 어려운 의학 용어가 다는 아닐 것이다. 이제 말을 하는 태도와 방법이 중요한 순간이 된다. 의사의 지식의 양은 환자의 이해도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의사는 알아야 하지만 환자가 다 알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개념을 잘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암환자는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 내게 생긴 병에 대해 그 원인을 알고 싶다. 암의 진행 정도를 표시하는 병기에 대해 알아야 하고,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게 된다. 전문적인 영역이 쉽게 이해될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구는 설명이 쉬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물론 환자가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의학적으로 정확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설명에 대한 만족도가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의사의 말은 궁금증에 대한 해결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상황을 설명한 후에는 설득과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려운 의사의 말이 이해를 넘어 진료에 도움이 되는 말이 되기 시작한다.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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