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 ‘진짜 겨울’ 온다…상반기엔 수출, 하반기엔 설비·건설투자 ‘마이너스’ 전망

김현주 입력 2022. 11. 25. 06:03 수정 2022. 11. 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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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2.1%→1.7%'로 하향 조정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내려 잡았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수출이 흔들리고 내수 전망도 밝지 않아 한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조정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전망에서 제시한 2.1%에서 0.4%포인트 내린 수치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국내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회복세도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시장에서 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 흐름이 이어지다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 1.8%보다도 낮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금융연구원(1.7%) 등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도 세미나에서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2.0%),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 국제기구는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제시했다.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등을 제외하고 기록한 적이 없다.

한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을 밑돈 것은 대형위기 때인 셈인데, 내년 한국 경제가 사실상 대형위기나 다름없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는 것이다.

한은은 내년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줄고, 하반기 4.9% 증가해 내년 전체 0.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내년 성장률 둔화는 주로 순수출 측면"이라며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내년 0.3%포인트까지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은 이미 둔화하는 추세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1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7% 줄었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7% 줄어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달마저 수출이 줄어든다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이상 연속 감소하게 된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도 경기에 부담이다.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키워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한은은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6%로 내렸다.

물가 상승률 전망을 낮추기는 했지만, 3%대 물가 상승률은 올해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4.7%) 이후 가장 높다.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만큼 내년에도 고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높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2%로,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8월(4.3%), 9월(4.2%), 10월(4.3%), 11월(4.2%) 등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가 올해보다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국장은 "민간소비는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모멘텀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겠지만, 실질 구매력 감소, 금리 상승 등에 따라 그 속도가 차츰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 투자 수요가 위축돼 3.1% 감소할 전망이다.

한은은 건설투자 역시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 심리는 나빠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10월(88.8)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7월 86.0에서 8월 88.8, 9월 91.4까지 올랐다가 10월 88.8, 11월 86.5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주요 개별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 기업 체감 경기는 1년 11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10월(76)보다 1포인트 내린 75로, 2020년 12월(75)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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