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우려에 ‘보폭 줄이기’… 美 속도조절론도 영향
고물가 지속·美 금리 격차 확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 유지 전망 속
자금시장 경색 등 부작용 우려 커
FOMC 회의서 “인상 속도 늦춰야”
이창용 “금리 인하 논의 시기상조”
2023년 3.5~3.75%수준 정점 찍을 듯
금리 고공행진에 차주들 ‘울상’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3.00%→3.25%)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으면서 사상 첫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은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대해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6.3%) 정점을 찍은 후로도 여전히 5%대 중후반의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역시 9월보다 0.5% 높아졌는데, 생산자물가가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커지고 있는 한·미 금리 차도 기준금리 인상의 주원인이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는 3.75∼4.00%로,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최소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나온다.
◆왜 ‘빅 스텝’ 아닌 ‘베이비 스텝’ 밟았나
다만 기준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로 제한됐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포인트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고, 그동안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시장 경색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베이비 스텝의 주요 배경이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수준은 3.50∼3.75%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면서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 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이 총재는 구체적인 최종금리 수준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물가(상승률)가 한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대출금리 상단 14년 만에 8%대 코앞…가계대출 이자부담 15개월 새 36조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3.00%→3.25%) 인상함에 따라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총 2.75%포인트 뛰었다. 이에 따른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6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뛰고, 이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총 2.75%포인트 오른 상황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은 36조3000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한다. 2.75%포인트로 환산하면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액도 180만4000원으로 확대된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3.50%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3.75%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미 8%에 육박한 대출금리도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것만 반영하더라도 대출금리 상단은 조만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3.75%까지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9%대도 넘을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으로, 지난해 말(635조8879억원) 대비 68조7828억원(10.82%) 증가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에도 하락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고,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며 “서울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은이 결국 금리를 동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수요자가 집을 매수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김준영·박세준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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