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영웅'의 '강한 신예', 식상함은 없다[SS리뷰]

정하은 2022. 1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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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신예들이 뭉쳤지만 결코 약하지 않다. 통쾌한 액션이든, 군더더기 없는 연기든, 강렬한 메시지든.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것을 해내는 반가운 학원물이 등장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이 호평을 얻고 있다.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미장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유수민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고, 넷플릭스 ‘D.P’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다.

‘약한영웅’은 현실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 한준희 감독의 전작인 ‘D.P.’를 통해 군 생활 속 깊이 스며든 부조리와 폭력 등을 비췄다면, ‘약한영웅’은 고등학교로 시선을 돌렸다.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폭력의 굴레를 그린다는 점에서 학교판 ‘D.P.’를 보는 듯하다.
고등학생인 10대들 사이에서 은연중 자리잡은 위계질서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학교 폭력, 그리고 청소년 마약, 도박, 가출팸 등 사회적인 문제를 거리낌 없이 노출시킨다. 고등학교 1학년들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운 교묘하고 잔인한 폭력의 속살을 마주하고 있자면 어딘가 모를 불편한 기분도 들지만, 불합리한 폭력에 맞서는 세 친구의 각기 다른 방법의 액션이 묘한 통쾌함을 안겨줘 답답할 틈이 없다.

오히려 아쉬운 건 어른들의 모습이다. 10대들이 적나라할 정도로 입체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어른들은 지극히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찰, 폭력을 묵인하려는 선생님, 자녀를 방치하는 부모. 극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려 만든 장치들이 반복해서 나타나 되레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지루하게 흐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신예들의 식상함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빼어난 연기 덕분이다. 대중에겐 아직 낯선 박지훈, 최현욱, 홍경 등 신예 배우들이 극을 이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있을지 모르지만 1회를 보고나면 “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캐스팅했다”던 감독의 과감한 결정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단편 영화에서 10대의 정서를 세심하게 그려냈던 유 감독의 장기가 배우들의 연기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특히 박지훈의 성장이 놀랍다. 윙크와 꽃미소로 점철되던 ‘아이돌 박지훈’의 모습을 완전히 지웠다. 어두운 낯빛과 생기 없는 눈빛, 굽은 어깨까지. 박지훈과는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연시은의 옷을 입고 극의 선두에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후반부에는 박지훈의 ‘살기 어린’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볼펜, 참고서, 커튼 등 각종 도구들을 활용해 자신의 체구보다 큰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 등에서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낄 수 있다.
수호 역의 최현욱은 전작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문지웅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는 듯하다. ‘약한영웅’ 속 통쾌함을 자극하는 액션의 대부분이 최현욱에게서 등장한다. 이번이 첫 액션 연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긴 팔다리와 날렵한 몸놀림은 여심을 저격한다. 특히 시원시원한 발차기 액션이 인상적이다. 전작으로 이미 증명된 특유의 능글맞음과 천연덕스러움은 이번 작품에선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다양한 웃음포인트를 생성한다.
특별한 액션 연기는 없지만 온몸으로 범석을 구현해낸 홍경은 ‘약한영웅’ 속 변화구 같은 존재다. 금방 부서질 거 같은 작고 가녀린 체구, 하얀 피부의 그는 ‘D.P.’ 속 후임을 괴롭히던 헌병 류이강과 동일인물인지 의심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순수한 소년의 모습부터 열등감에 휩싸여 ‘흑화’하는 모습까지. 극중 가장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이지만 홍경은 섬세한 연기로 이 모든걸 해낸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게 만드는 건 홍경이란 배우가 가진 힘이다. 이밖에도 신승호, 이연, 김수겸, 윤정훈 등도 저마다 존재감을 보여주며 극의 밀도감을 높인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서로 어우러졌다.
‘약한영웅’은 공개 직후 단숨에 2022년 드라마 유료 가입자 1위를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은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약한영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는 추세다. 청소년관람불가, 유료 콘텐츠라는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웨이브를 살릴 강한 영웅이 될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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