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종합대책 한 달째 공개 않는 서울교통공사

박동해 기자 2022. 11.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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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노조 파업 등으로 공개시점 늦어졌다" 해명
사건 후 70여일 지나…"잊히길 바랐던 것 아니냐" 비판도
지난 9월29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시민들 남긴 추모 문구가 가득 붙어 있다. 2022.9.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9월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수립했음에도 이태원 참사, 노동조합 파업 등을 이유로 한달 가까이 공개하지 않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말 내부적으로 신당역 살인사건 관련 종합대책을 수립했으며 이를 내부망을 통해 일부 부서가 공유하기도 했다.

공사는 종합대책이 수립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태원 참사와 이에 따른 경찰 조사, 노동조합의 파업 선언 등으로 다급한 현안이 발생함에 따라 발표 시점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 2인1조 순찰 위한 인력 보강…호신용 장비도 보급

공사의 신당역 사건 종합대책은 △직원이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지하철 이용시민 불안요인 해소 △직원 보호 제도화 및 심리 케어 강화라는 3가지 큰 방향에서 마련됐다.

먼저 공사는 특이사항 발생 및 시설물 순회 점검 시 2인1조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2023년 1월까지 관련 인력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현재 270명인 지하철 보안관은 정원인 350명까지 충원하고, 사회복무요원 2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어 직원 보호를 위해 공사는 직원들에게 호신용 경보기, 페퍼 스프레이 등의 휴대용 호신장비와 방검복 등 출동용 장비를 보급하고 자기방어 교육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공사는 지하철 이용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023년 상반기까지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영상순회 시스템을 마련하고, 영상순회를 통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현장출동을 하는 식의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역 직원과 승객이 비상 시 원활히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2023년 하반기까지 역내 사각지대에 비상통화장치도 추가로 설치한다.

아울러 공사는 직원 중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1심 판결 시 우선 징계하는 강화된 인사 규정을 도입하고 성범죄 사건에 대해 대리 고발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에 더해 공사는 내부 성범죄 발생 시 임상심리상담 전문가를 배치해 피해자 중심의 상담과 외부 전문의료기관 피해자 심리상담·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사는 '업무시스템 접근권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사내망 접속 기록 및 접근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등 모든 사용자의 행위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력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공사는 신당역 사건의 피의자인 전주환이 직위해제된 상태에서도 사내망에 접근해 피해자의 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밝혀지자 징계의결 요구자, 직위해제자의 사내망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이 지난 9월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신당역 사망 역무원 추모제'를 하고 있다. 2022.9.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연이은 악재로 발표 미뤄…"사건 묻히길 바랐나" 지적도

공사가 종합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이를 전체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최근 발생한 현안들을 핑계로 신당역 사건이 묻히길 바라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날 때까지 종합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공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노조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이대로 조용히 잊히기만을 기다리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직장 내 젠더 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 스토킹 근절 대책, 이번에 드러난 처리 프로세스의 문제점 개선 등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제시할 것을 거듭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지난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두 달 하고 열흘이 더 지났는데도 신당역 사건 관련 대책 등이 발표된 바는 없다"라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사가 종합대책을 수립해 놓고 전체 직원과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 9월2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언한 '신속한 대책 마련과 발표' 약속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김 사장은 신당역 사고현장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정리해서 빠르게 발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사 측 관계자는 "신당역 사건 이후에 여러 가지 일들이 계속 일어나다 보니 자체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도 발표를 하지 못했다"라며 "대책과 관련한 세부 계획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직원들에게도 알릴 예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사가 마련한 종합대책에 공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이후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인력 부족'을 사건의 최우선 원인으로 꼽았다. 인력이 확보돼 2인1조 순찰이 가능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가 내놓은 인력 확충 계획은 지하철 보안관을 정원 수준만큼 보강하고 나머지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보충하는 것으로, 제대로 된 인력 충원은 아니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특히 사회복무요원 추가 배치와 관련해서는 노조 측에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을 계속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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