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향세 답례품, 지역상품권 중심은 안된다

2022. 11. 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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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목적을 가지고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유통되는 지역통화·지역화폐의 일환인 '지역(사랑)상품권'은 법정통화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지역상품권은 할인율이 적용되다 보니 무늬만 다른 법정통화로 전락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의 답례품 1순위로 이러한 지역상품권을 꼽는 지자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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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목적을 가지고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유통되는 지역통화·지역화폐의 일환인 ‘지역(사랑)상품권’은 법정통화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 2020년 5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도입 근거가 마련됐고, 현재 전국에서 광역 7개, 기초 4개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9조원 규모로 운영 중이다. 
지역이나 커뮤니티에서 발행해 지역 내에서 재화가 순환하도록 하는 운영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발행하고 있는 지역상품권은 본래 지역통화의 기능을 잃고 있다. 
본래 지역통화는 이자가 붙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여야 한다. 그러면서 ‘마음이 따뜻한 통화’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지역상품권은 할인율이 적용되다 보니 무늬만 다른 법정통화로 전락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의 답례품 1순위로 이러한 지역상품권을 꼽는 지자체가 많다. 고향세 답례품은 지역 내에서 생산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우리보다 먼저 비슷한 제도(고향납세)를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역 내에서 생산·제조된 답례품은 지역 외에서 생산된 것과 비교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6배나 높다는 결과가 있다. 
그러나 지역상품권으로 답례품이 제공될 경우 생산지와 상관없는 물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고향세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 고향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 매개로 관계인구나 생활인구, 이음인구 증대를 촉진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일본에선 고향납세로 기부한 38%가 기부한 지역을 방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20∼40대 젊은층의 참여 비율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고향세는 지역 회생의 좋은 기회가 되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현대사회는 핵가족시대란 용어조차도 무색해 1인 가구 시대가 통용되고 있다. 국가채무 급증, 금리인상 등으로 대출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지역 곳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증가하지만 메가 이벤트 이외에는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시대 조류가 바뀌면 제도나 정책도 바꿔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 
MZ세대(1980∼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뿐만 아니라 국민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무리하게 자기를 희생하는 자원봉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시간예탁제’와 같은 새로운 자원봉사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개인이 자원봉사를 시행한 시간을 예탁해뒀다가 본인이 필요할 때 찾아 쓰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증여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움직일 수 있을 때 많은 시간을 자원봉사로 예탁하고 노후에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서비스를 받는다면 돈이 없어도 당당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에 필요한 제도이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통화다. 
현재 운용되는 지역상품권은 법정통화의 일환이다. 전혀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는 돈이다. 대신 지역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지역통화를 필요로 한다. 지역에 공헌하고 싶은 사람,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 등이 참여하는 고향세와 맥이 닿는 지역통화가 새로이 정착되길 기대한다. 이러한 제도적 틀 안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지역상품권이 고향세 답례품으로 제공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상헌 (한라대 정보통신기술융합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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