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뭐길래…국민의힘, 국정조사 합의→파행→재합의[영상]
핼러윈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하루 만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24일 공식 출범하게 됐다.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에서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검찰청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인데, 대통령실의 부정적 기류까지 전달되자 당은 하루종일 혼돈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 조사대상 중 대검찰청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불참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에 대해 24일부터 45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만에 파행이 빚어진 것이다.
여당 입장이 뒤집힌 배경에는 법조인 출신의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대검찰청이 이번 국정조사의 목적과 관계가 없으니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을 원내지도부 등에 피력했다고 한다.
국정조사 계획서에는 이번 참사의 배경에 '당국의 마약범죄 단속 계획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홀 등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은 대검찰청이 경찰에 마약 수사를 독려해 용산 참사 당시 경찰 인력이 줄어든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행법상(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마약수사 인력운용과 검찰은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대검찰청이 왜 대상기관에 들어가느냐"라는 입장을 밝혔다. 합의 번복 우려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는) 간사간 실무협상으로 결론내린 뒤 조사 대상, 범위와 목적을 계획서에 담고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시행되는 것"이라며 "실무협상을 하다가 목적과 범위에 관계 없다는 게 확인됐으면 수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지적에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가 공감을 표했고,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재협상을 시도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이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나'라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또 이날 국회를 찾은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건 목적에 어긋난다"며 "그런 것들이 있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만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대통령실 많이 빠진 게 뭐 있나. 경호실 하나 빠졌는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내 이견에 대통령실의 부정적 기류까지 확인되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재협상 요구를 넘어 국정조사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다 오후 들어 여야 원내 지도부·특위 간사들이 재협상에 나서고, 대검에서 마약 관련 부서장만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한 끝에 핼러윈 참사를 다루는 국정조사가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당내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주도한 국정조사 합의와 이어진 협상의 흠결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조사 대상 기관 문제가 핵심인데, 대검찰청이 포함됐다는 자체가 민주당의 정쟁에 말려들 요소"라며 "의원들 사이에서는 협상이 너무 성급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에 대해 장제원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3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국정조사 합의 자체에 당내 이견이 여전한 것이다.
반대로 이미 원내지도부에게 협상을 일임한 만큼 결과물을 깎아 내리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본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국정조사에 대한 협상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예산 처리 이후 국정조사에 임한다고 합의했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라며 "어쨌든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진 사안에는 일단은 존중하는 것이 국민들 보기에 더 좋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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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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