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디지털 ‘인형 눈알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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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의 텔레마케팅 업체 다이얼아메리카는 재택 연구원(home researcher)들을 고용해 전화번호를 정확히 확인하는 업무를 맡기고, 이들에게 카드로 작성된 일감을 보냈습니다.
레이먼드 도노반 미국 노동부장관은 1985년 '공정근로기준법'(FLSA)에 의거해 다이얼아메리카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연방법원은 재택 연구원들이 스스로 손익을 감수하는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다이얼아메리카의 '직원'이라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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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의 텔레마케팅 업체 다이얼아메리카는 재택 연구원(home researcher)들을 고용해 전화번호를 정확히 확인하는 업무를 맡기고, 이들에게 카드로 작성된 일감을 보냈습니다. 레이먼드 도노반 미국 노동부장관은 1985년 ‘공정근로기준법’(FLSA)에 의거해 다이얼아메리카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연방법원은 재택 연구원들이 스스로 손익을 감수하는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다이얼아메리카의 ‘직원’이라 판단했습니다. 다이얼아메리카의 사업에 그들의 업무가 필수적이며, 그들과 다이얼아메리카 사이 업무 관계에 상대적인 영속성이 있다는 것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정보통신(IT) 기업체들은 일자리가 아니라 이를 잘게 쪼개어 수없이 많은 초소형·초단기 일감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쪼개어 일감들로 둔갑시키는 근본적인 구조 자체는 다이얼아메리카 때와 별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인형 눈알 붙이기’가 이젠 디지털 버전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과연 지금의 법원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긱 노동자’들과 ‘미세노동자’들이 저 공룡 기업들의 ‘직원’이라는 과감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자본은 노동의 몫을 줄이고 그 대신 자본의 몫을 늘리려는 목적만을 위해 끊임없이, 지칠 줄 모르고 우리의 상식을 침식해 들어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상식으로 만드는 자본의 ‘자기실현적’ 주술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그보다 더욱 강력한 상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상력의 원천은, 언제나 책에 있다고 믿어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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