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난쏘공’이 만나

한겨레 입력 2022. 11. 25. 05:05 수정 2022. 11.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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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을 읽고 한참을 울었더랬다.

20여 년이 지나 <괭이부리말 아이들> 의 속편 격인 <곁에 있다는 것> 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곁에 있다는 것> 은 괭이부리말이라는 지명 대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에 나온 '은강'을 빌려 사용한다.

작가 후기에 밝혀져 있듯 <괭이부리말 아이들> 과 <곁에 있다는 것> 의 시원에는 '난쏘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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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음 l 창비(2021)

오래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한참을 울었더랬다. 교사가 되어 괭이부리말로 다시 돌아온 김명희 선생에게 감정이입을 한 탓이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춘다 해도 이보다 더 정직하게 자신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20여 년이 지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속편 격인 <곁에 있다는 것>을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품의 무대인 은강과 응봉은 내가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었다. 주인공이 걸어간 언덕 위 공원과 도서관 그리고 개항장 부근이 너무나 익숙해 가슴 한쪽이 저려 왔다. 작가는 지명이나 상호를 대부분 바꾸었지만 어디인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동시에 추억이 쏟아졌다. 그때마다 멈춰야 했다.

<곁에 있다는 것>은 괭이부리말이라는 지명 대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온 ‘은강’을 빌려 사용한다. 작가 후기에 밝혀져 있듯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곁에 있다는 것>의 시원에는 ‘난쏘공’이 있다. ‘난쏘공’의 은강과 <곁에 있다는 것>의 은강이 겹쳐질 때 독자는 비로소 깨닫는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난쟁이 가족과 2016년 지우의 가족은 다르지 않다. 이제 배를 곯는 사람은 없고 은강에도 판잣집 대신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렇다고 가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살 만하면 모두 은강을 떠나고 그 빈자리에는 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난은 아래로 흐른다는데 은강의 삶은 더 혹독하다.

지우와 강이와 여울이는 가난하다는 것, 은강에 산다는 것을 빼면 성격도 현실을 대하는 법도 다르다. 세 친구 주변으로 편의점과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거나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로 일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여럿 등장한다. 이들은 꿈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한 달 알바비를 신상 운동화나 패딩을 사는 데 쓰며 자기 “등골을 빼먹는”다. 이처럼 횡으로는 은강의 젊은이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종으로는 은강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엄마와 할머니 세대의 역사를 들려준다.

은강은 여러 작품 속 무대였다. 1934년 발표된 강경애의 <인간문제>의 배경이었던 동일방직(<곁에 있다는 것>에서는 은강방직으로 표현)은 1970년대 여성 공장 노동자의 투쟁이 벌어진 곳이자 똥물 사건의 현장이다. 작품 속에서 지우의 이모할머니가 은강방직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노동자가 되었고 강이의 엄마는 은강방직 부설 산업체 고등학교를 다녔다. 저마다 흩어졌던 10∼20대는 은강에 ‘쪽방 체험관’을 만들어 가난을 상품화하려는 시도에 분노하고 함께 모인다. 놀라운 건 이 사건이 소설 속에서 지어낸 일이 아니라는 것.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작품의 무대인 은강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이기려 드는 건 가진 사람들의 속성이다. 반면 가진 게 없는 이들은 서로 나누어야 살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안다. “자본주의가 무서운 건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와 환대마저도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은강에서 그런 일이 반복된다. 작가는 가난하고 슬픈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갖는 경험을 포기하지 말자고, 서로 곁을 지켜주자고 말한다. 청소년.

한미화/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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