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맡겨놓고 "내가 언제?" 난동…고령 자산가에 증권사 '곤혹'

김지성 기자 입력 2022. 11. 2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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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 고액자산가가 늘면서 증권사 지점 직원들이 곤혹을 치른다.

판단 능력이 저하된 일부 고령 투자자들이 PB에게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맡긴 뒤 번복하거나 지점을 찾아 난동부리는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고령투자자에게 일부 고난도 상품 판매를 제한하거나 이들에 대한 금융투자교육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는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기 피해가 증가하면서 75세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부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규제가 2013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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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에 70대 고객 A씨가 매일같이 방문한다. 이 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A씨 요청에 따라 투자를 했지만 A씨는 "난 그런 적 없어. 지점장 나오라고 해!"를 연신 외친다. A씨 자녀들은 "아버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니 적당히 달래서 보내달라"고 답할 뿐이다.

고령인 고액자산가가 늘면서 증권사 지점 직원들이 곤혹을 치른다. 판단 능력이 저하된 일부 고령 투자자들이 PB에게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맡긴 뒤 번복하거나 지점을 찾아 난동부리는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스마트폰 보급, 코로나19(COVID-19) 기간을 거치면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활용한 비대면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투자자 중에선 지점을 찾아 PB를 통해 투자하는 경우가 적잖다.

강남권에서 일하는 한 PB는 "예전보다 지점을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과거에 지점을 방문해 전광판을 보고 매매하던 습관이 남아 있는 70대 이상 고객들은 여전히 지점 방문을 선호한다"며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액자산가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 고령자인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012년 19.4%에서 2019년 32.8%로 늘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2018년 기준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고령 세대가 가계 금융자산의 65% 이상, 투자성 금융자산의 70%를 보유했다.

고령 투자자 증가와 함께 관련 문제도 잇따른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령자는 인지·판단 능력 저하, 강한 자기과신, 사회적 고립 및 심리적 고독으로 다른 금융소비자 계층보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착취, 금융사기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고령투자자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도입했다. 고령투자자 기준을 기존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조정하고 이들에게 녹취 및 숙려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고령투자자들은 파생결합증권, 파생결합펀드 등 고난도 상품에 투자일임을 하거나 금전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금융사로부터 판매·계약 체결 과정을 녹취한 파일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계약 여부를 재고할 수 있도록 2영업일의 숙려기간을 보장받는다.

업계에서는 고령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증권사 관리·감독뿐 아니라 투자자 책임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령투자자에게 일부 고난도 상품 판매를 제한하거나 이들에 대한 금융투자교육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PB는 "투자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숙려기간을 거친 후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경증 치매 증상이 있는 고령투자자 중 '이거 사라고 한 적 없다'고 딴소리 하는 경우가 있다"며 "거듭 상황을 설명해도 매일 지점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자진반납, 치매 선별검사, 교통안전교육이 요구되는 것처럼 고령투자자에게도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사와 투자자의 노력이 동시에 있어야 고령투자자의 금융투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기 피해가 증가하면서 75세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부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규제가 2013년 도입됐다. 미국도 2010년 도드-프랭크법 제정을 통해 고령투자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고령자 맞춤 금융교육을 설계하는 등 조치가 이뤄졌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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