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위기 이후의 위기'에 응전하다 [63회 한국출판문화상]

정지용 2022. 11. 25. 04: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위기 이후 위기'의 시대다.

역대 가장 많은 1,503종의 책이 올해 한국출판문화상에 응모한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공정, 능력주의, 세대 갈등, 기후위기 등 예년부터 계속된 이슈를 깊이 파고든 책들이 많았지만, 과감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의제를 선점하는 출판 기획의 힘이 다소 아쉬웠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해도 저술-학술, 저술-교양, 어린이ㆍ청소년, 번역, 편집 각 부문에서 10종씩, 모두 50종의 책을 제63회 한국 출판문화상 후보작으로 골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심 총평]
5개 부문 50종 후보작 올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지만, 새로운 위기 엄습
"정밀해진 문제 의식으로 대안 모색"

‘위기 이후 위기’의 시대다. 포스트 코로나19의 새벽이 밝았지만,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새로운 위기 국면으로 넘어갔다. 사회 양극화, 혐오와 차별, 청년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 등 해묵은 위기는 심화했고, 전쟁 공포, 중국의 부상, 경기 침체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위협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출판계는 급변하는 세상에 응전(應戰)하는 출판의 본령에 충실했다.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역대 가장 많은 1,503종의 책이 올해 한국출판문화상에 응모한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예심에 참여한 7명의 심사위원은 “예년보다 정밀해진 문제 의식이 빛난 책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을 위헤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 모인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금태섭 전 국회의원,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정영목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홍성욱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윤경희 문학평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고영권 기자

우리 피부에 와 닿는 문제를 다룬 책들이 크게 늘었다. 기후위기는 과학 도서 영역을 넘어 인문ㆍ사회ㆍ어린이청소년 등 거의 모든 분야 책에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우리 사회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전라디언의 굴레’ ‘그런 세대는 없다’, 중국 위협을 분석한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중국의 통치체제 1, 2’ 등은 현장성과 시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레거시 미디어가 시야에서 놓친 문제를 무대 위로 끌어낸 책들도 눈에 띄었다. 산업재해 뒤에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파고든 ‘김용균, 김용균들’,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한 ‘깻잎 투쟁기’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논픽션 기록물은 “나의 경험을 확장하는 독서 경험으로 세계와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학술ㆍ번역 부문에서는 한국 출판계의 축적된 역량이 폭발했다. 학술 연구자들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오랜 시간 공들인 책을 선보였다. 해외 책들이 번역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초국적 출판’ 능력도 화제에 올랐다. 빼어난 그림, 흥미로운 주제로 심사위원을 홀린 어린이ㆍ청소년 책은 그 역량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음을 재확인 하는 기회였다.

다만 이번 예심에서는 심사위원 다수의 추천을 받은 책들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았다. 공정, 능력주의, 세대 갈등, 기후위기 등 예년부터 계속된 이슈를 깊이 파고든 책들이 많았지만, 과감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의제를 선점하는 출판 기획의 힘이 다소 아쉬웠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 자체가 “장기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청년 세대가 기후ㆍ경제 위기 등을 초래한 현재 시스템의 위기를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현실을 암담하게 느끼는 분위기가 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책을 쓰는 작가와 책을 만드는 편집자, 책을 읽는 독자 모두 ‘위기 이후 위기’를 돌파하는 지혜를 찾기 위해 머리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올해도 저술-학술, 저술-교양, 어린이ㆍ청소년, 번역, 편집 각 부문에서 10종씩, 모두 50종의 책을 제63회 한국 출판문화상 후보작으로 골랐다. 금태섭 전 국회의원,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윤경희 문학평론가, 정영목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표정훈 출판평론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굴한 올해의 책들을 소개한다.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2월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