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에 널뛰는 고려아연, 지분격차 3.6%…'유상증자' 도화선
영풍그룹의 두 집안이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을 두고 지분 경쟁에 열을 올리자 기업 주가가 한해 내내 들썩인다. 지분 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과 함께 아직 끝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혼재된 가운데 70년간 이어지던 동업체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분 경쟁 이슈로 올해 내내 들썩였다. 지난 8월에는 한 달 새 40.73% 폭등했다. 이달에도 약 20% 넘게 올랐다. 전날까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분 싸움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란 전망에 이날은 주가는 내렸다. 전날 고려아연은 LG화학에 자사주 1.97%를 제공하고 LG화학이 보유한 자사주 0.47%를 맞교환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한화에도 자사주 1.2%를 제공하고 한화로부터 자사주 7.3%를 받는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상호 지분 취득에 대해 이차 전지 및 수소 사업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그 이면에는 '지분 경쟁'이란 내부 이슈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영풍 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짜배기' 계열사란 점이다. 최 창업주의 손자인 최 부회장은 본격 3세 경영에 나서면서 고려아연을 본격 계열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8월에는 '한화H2에너지USA'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4718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했다. 한화임팩트 역시 1.88%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 부회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 부회장이 한화를 '백기사'로 활용해 지분 경쟁에 본격 나섰다 게 업계 시각이었다.
장 회장 측도 움직였다. 그달 말 영풍그룹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는 고려아연 주식을 각각 5602주, 800주씩 사들이며 맞대응했다. 코리아서키트는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대표가 이끌고, 에이치씨는 장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장씨 일가'다.
이번에 자사주를 교환한 LG화학은 최 부회장의 우군이란 게 업계 평가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맞교환에 대해 "LG화학과 한화가 최씨 일가가 이끄는 고려아연을 중장기적 사업 파트너로서 지원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에 대한 장씨 일가 지분은 31.38%, 최씨 일가 지분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4.88%로 집계된다. 그러나 한화, LG화학 등 최 부회장 측 우호 지분인 12.9%까지 고려하면 총 27.78%로 두 일가 간 지분 격차는 3.6%로 좁혀진다.
최씨 일가가 장씨 일가의 지분을 압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 연구원은 "(자사주 처분이) 최씨 일가의 독자적 신사업 추진,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한 것이라면 이사회 일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을 대비해 올해 12월 말까지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분 약 3.5% 추가 인수를 위해선 전날 종가 기준 4700억원이 필요한데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한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례가 있듯이 LG화학이란 든든한 사업파트너를 두고 유상증자 선택지를 다시 한번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고려아연과 LG화학, 한화와의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다고도 본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시장과 수소시장을 선도하는 LG화학과 한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했다는 점은 중장기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LG화학은 전일 대비 3.85% 상승, 한화는 0.52%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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