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한달만에… 방역도 경제도 ‘휘청’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2. 11. 25. 04: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방역, 번지는 시위
23일 허난성 정저우 애플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에서 봉쇄로 인한 열악한 근무 조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한 노동자가 방호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에게 끌려가고 있다./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 중국 방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3만1444명으로, 종전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2만9317명)를 7개월 만에 넘어서며 악화일로다. 방역 장기화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번지고, 취업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미중 관계는 최근 미국 중간선거에서 ‘매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후,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집권 3기 초기부터 방역·사회·경제·외교 등 전 분야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사회에서는 2020년부터 장기화된 ‘제로 코로나’ 방역 때문에 개인들 간에도 분쟁이 잦아지며 불만 지수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수도 베이징 순이구(區)의 코로나 격리 병원에서는 23일 코로나 감염자들 간에 도시락·약품·휴지 등 물자 쟁탈전이 벌어졌다. 필수 물자 부족으로 질서가 무너지면서 방역 요원들도 관리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곳에 갇힌 한 시민은 “원시 사회가 됐다”며 “휴지를 구하기 위해 화장실 앞에서 ‘물물 교환’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는 16일 확진자 발생으로 기숙사 출입을 금지하고 7일간 ‘샤워 금지령’을 내렸다. 폐업하는 식당이 많아 ‘중고 식기 판매업’의 규모가 커지는 이례적인 상황도 나타났다. 문 닫는 식당들의 식기를 가져와서 파는 영세한 사업이 대규모 사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문 닫은 음식점 들여다보는 보안요원… 폭스콘 근로자들 시위 - 23일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한 보안요원이 상점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정저우의 애플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 공장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는 공장 노동자들이 보안 직원들과 충돌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광저우에서 최근 수백명의 농민공(시골 출신으로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처 봉쇄로 다리 밑이나 지하도, 강변에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22일에는 베이징의 한 배달원이 “15명의 배달원이 3일 넘게 추위 속에서 노숙한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관심을 모았다. 명문 혁명가 2세를 뜻하는 ’훙얼다이’(紅二代) 출신 타오쓰량(81) 중국시장협회 부회장이 최근 위챗 계정을 통해 “노숙자의 무력감을 경험했다”며 과도한 방역 정책을 비판한 것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말이 나온다.

각지에서는 이례적으로 폭력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중국 최대 제조 기지인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는 지난달 말 직원 집단 탈출 사태에 이어 지난 22일 밤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폭스콘 측이 신규 노동자들에게 지급 약속한 상여금을 5분의 1로 깎으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에는 광저우에서 시민 수백명이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온라인에서도 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중국의 한 시민은 방역 당국을 겨냥한 ‘열 가지 질문[十問]’이란 제목의 글에서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지도 않는다”면서 “그들과 우리 중국인이 같은 행성에 사는 것이 맞느냐”라고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자 지방정부들은 ‘백기사’를 자처하며 이들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줬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지방정부는 공무원 월급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취업난과 대규모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16~24세)은 17.9%를 기록해 작년 동기(14.2%) 대비 급등했다.

특히 내년 중국의 신규 대졸자 수는 올해보다 82만명 증가한 115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취업난은 가중될 예정이다. 중국 대학에서는 ‘run(도망치다)’과 ‘학(學)’ 조어인 ‘룬쉐(潤學·도피 유학)’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내수 시장도 얼어붙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11월 11일 ‘솽스이(雙十一·쌍십일)는 올해 흥행에 실패했고, 주요 전자 상거래 기업들은 매년 발표해온 매출 규모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10월 수출은 2983억달러(약 39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규모가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이다.

미중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첫 미중 대면 정상회담을 했지만, 6일 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맬컴 데이비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박사는 “미중 관계에서 남중국해와 대만 분쟁 등 핵심 갈등 사안이 (회담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정상 외교를 통해 돌파한다는 전략으로,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9국 정상을 만나면서 ‘만방래조(萬邦來朝·주변국이 조공한다는 의미)’를 선전하고 있다. 24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에 이어 27~28일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29일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