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키워야 돼” 343억원 광풍의 명암…포수는 육성보다 FA 쇼핑인가

2022. 11. 25.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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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쟤 한번 봐. 키워야 돼.”

김태형 두산 전 감독은 2022시즌 막판 어느 경기를 앞두고, 배터리코치 시절을 떠올리며 위와 같은 코멘트를 소개했다. 본인이 한 얘기는 아니었다. 김 전 감독이 코치였으니 당시 사령탑은 김경문 전 감독이었다.

김경문 전 감독은 선수에 대한 ‘직관’ 능력이 탁월한 지도자였다. 신고선수 출신의 김현수(LG)가 FA 재벌 2위(230억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김 전 감독의 발굴이 시작이었다. 김경문 전 감독이 김태형 전 감독에게 얘기한 선수는 FA 재벌 1위(277억원)가 된 양의지(두산)다.

김경문 전 감독은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07년 입단한 양의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해왔다. 그리고 2010시즌 초반 과감하게 주전포수로 발탁했다. 양의지는 입단 후 2009시즌까지 1군에서 단 3경기만 뛰었다. 그러나 2010시즌에만 127경기서 타율 0.267 20홈런 68타점으로 히트를 쳤다.

김태형 전 감독의 회상에도 양의지는 보통이 아닌 선수였다. “머리 회전이 다르다. 하나를 얘기해주면 그것만 계속 하는 포수가 있는데, 의지는 둘, 셋까지 알아서 했다”라고 했다. 김태형 전 감독은 배터리코치 시절 무명의 양의지가 두산 주전 포수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한국 최고포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12년이 흐르고 FA 계약으로만 277억원을 버는 포수가 됐으니, 두 김 전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포수 키우기가 정말 어렵다. 당시 김태형 전 감독은 “포수를 그냥 훈련시킨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머리가 좋아야 한다”라고 했다. 경기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볼배합과 투수리드의 출발이다. 단순히 경험과 훈련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10개 구단 포수 지도자들로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가을 마무리훈련에서, 10개 구단 유망주 포수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2022-2023 FA 시장에서 양의지의 152억원(4+2년)을 필두로 유강남이 80억원(롯데, 4년), 박동원이 65억원(LG, 4년), 박세혁이 46억원(NC, 4년) 계약을 각각 따냈다. 4명 합계 무려 343억원이다. 평균 85억원. KBO리그 전체에 검증된 포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원하는 구단은 많으니 금액이 올라간 것이다.

한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포수들이 성공하기만 하면 FA로 돈을 많이 버니 젊은 친구들이 포수를 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성공으로 가는 길은 타 포지션의 몇 배로 힘든 게 현실이다. 구단들이 육성을 외치지만, FA 포수에게 올인하는 건 김태형 전 감독 말대로, 포수에게 단순히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육성되는 게 아닌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수는 육성이 아니라 FA 쇼핑이 정답인 것일까. 애석하게도 포수 광풍이 몰아친 뒤, 당분간 FA 시장에 좋은 포수가 나오지 않을 듯하다. 좋은 포수가 없거나 부족한 팀은 그 어려운 포수 육성이 정답이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감안할 때 FA 쇼핑도 좋지만, 자꾸 젊은 포수들이 튀어나오고 성장해줘야 한다. 아니, 김태형 전 감독 말대로 머리 좋고 똑똑한 젊은 포수가 툭 튀어나오길 바라야 할지도 모른다. 중, 고교 지도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양의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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