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비닐봉투여 안녕!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2022. 11. 2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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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비닐봉지에 온몸이 갇혀버린 황새(왼쪽). 코에 12㎝ 길이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신음하는 바다거북(오른쪽).

국내 최초 테이크아웃 커피 매장은 1998년 서울 강남역 지하에 문을 연 할리스커피였다. 그 이듬해 스타벅스가 첫 점포를 열었고, 서울 이화여대 앞이었다(홍수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을 고른 것은 젊은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그 후 일회용 컵 커피 문화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2015년 8월 미국 해양생물학 연구팀이 코스타리카 앞바다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을 구조했다. 연구팀이 집게로 빨대를 빼내는 동안 바다거북은 입을 벌리면서 괴로워했다. 코에선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 동영상은 지금까지 1억회 시청됐다. 시애틀시(市)는 2018년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시켰고, 이어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 퇴출 방침을 발표했다. 매년 바다거북 10만마리, 바닷새 100만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는다고 한다.

▶어제부터 편의점, 제과점 등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카페 내에서 1회용 빨대, 종이컵도 쓸 수 없다. 비닐봉투는 1965년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됐다. 종이봉투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야 하기 때문에 숲 보호 취지에서 종이봉투를 대신할 비닐봉투를 만든 것이다. 비닐봉투도 애초엔 환경보호 목적이었다. 그런데 2018년 기준 국내에서만 비닐봉투가 255억개, 일회용컵은 294억개 사용됐다. 환경이 견딜 수가 없다.

▶의외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비닐봉투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방글라데시는 2002년 비닐봉투를 금지시켰다. 버려진 비닐봉투가 하수구를 막아 홍수를 악화시키는 일이 빈번하자 취한 조치였다. 인도에선 소가 버려진 비닐봉투를 먹고 죽자 2016년 규제에 나섰다. 아프리카도 25국 이상이 비닐봉투를 금지하고 있다. 비닐봉투가 물 흐름을 막아 웅덩이가 생기는 바람에 말라리아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케냐에선 세 번 적발되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찬희, 플라스틱 시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후 아파트 층마다 있던 쓰레기 투입구를 막아버렸다. 그 뒤 쓰레기를 버리러 1층으로 내려가야 하게 됐다. 시민들이 그 불편을 잘 견뎌준 덕분에 종량제가 세계적 성공 사례로 정착했다.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 다음이 플라스틱 시대라고도 한다. 플라스틱은 너무나 편리하지만 환경적 부담도 크다. 과학기술에 의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엔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비닐봉투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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