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도 사카모토 류이치도… 음악 스타들, 韓 근현대미술에 꽂히다

정상혁 기자 2022. 11.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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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의 만남]
내달 첫 솔로 앨범 발표하는 RM
윤형근 그림 ‘청색’으로 표지 장식
단색화 통해 차분한 자기 고백
6년 만에 음반 내는 사카모토도
화가 이우환에 표지 드로잉 부탁
“신곡의 우주적 느낌, 線으로 표현”
RM의 첫 솔로앨범 표지를 장식한 윤형근 그림 ‘청색’(70×67.9㎝)이 벽에 걸려 있다. 소속사 측은 “음악과 미술을 잇는 예술 협업을 이뤄냈다”고 소개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음악계 수퍼스타들이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에게 꽂혔다. 한류를 상징하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28)은 윤형근, 일본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70)는 이우환의 그림을 자신의 새 음악적 테마로 선택한 것이다. 이번 앨범은 모두 내밀한 자기 독백에 가까운 일기 형식이고, 이들이 앨범 아트워크(art work)로 택한 그림 모두 한국 미술의 대표 브랜드 단색화(單色畫)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음악에 색을 입히면 그림이다.

◇RM×윤형근

윤형근 1972년작 ‘청색’(70×67.9㎝). /윤형근 에스테이트·PKM갤러리

청재킷에 청바지 차림의 RM이 화가 윤형근(1928~2007) 그림 옆에 서 있다. 1972년작 ‘청색’이다.

가수로서 홀로 서기를 택한 RM이 해당 그림을 전면에 내세운 첫 솔로 정규 앨범 화보를 24일 공개했다. 소속사 빅히트뮤직 측은 “RM의 솔직한 감정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장 같은 앨범”이라며 “출발점은 윤형근의 그림이었다”고 설명했다. 앨범 제목은 ‘인디고(Indigo·쪽빛)’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색이 바래거나 덧입혀지는” 청바지 색을 떠올리면 쉽다. 젊음과 일상의 컬러, 유채가 캔버스에 스며 명상의 기운을 띠는 윤형근의 ‘청색’과도 호응한다. 20대 청년의 조용한 자기 고백이라는 콘셉트를 은유하는 것이다. 이 그림은 윤형근의 유족 소장품이고, RM이 촬영을 위해 잠시 빌려왔다.

윤형근의 회화 세계는 RM의 예술적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미국에서 열린 개인전에도 방문할 정도의 열혈 팬을 자처한다. 가장 내밀한 속내를 드러낸 첫 앨범의 얼굴로 윤형근 그림을 택한 이유다. 한 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 애호가가 된 것도 윤형근에 대한 관심이 그의 장인 김환기로 뻗어나가며 전반적인 애정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라며 “본인의 작업실에도 윤형근의 그림을 걸어두고 ‘그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전곡은 다음 달 2일 공개된다.

◇사카모토 류이치×이우환

류이치 사카모토(위)의 신곡을 듣고 이우환이 크레용으로 그린 드로잉(아래). /씨앤엘뮤직·남강호 기자

화가 이우환(86)은 모처럼 크레용을 들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부탁 때문이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우환은 24일 본지 통화에서 “오랜 인연도 있고 신곡이 담긴 CD를 부치며 부탁하기에 다 듣고 그 감정을 드로잉으로 옮겼다”며 “바람 소리랄까 우주적인 소리의 다발이 내려오는 느낌을 받아 여러 색으로 선을 겹쳐 그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그림을 사카모토는 6년 만에 발표하는 자전적 성격의 연주 작품집 ‘12′ 표지로 삼았다.

사카모토는 평소 돌·나무·종이 등 자연의 물성을 작품화하는 이우환에게 여러 차례 존경심을 드러내왔다.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부터 일기 쓰듯 제작한 이번 신보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현재의 소리”라며 “뭔가를 작곡한다기보다 그저 소리에 흠뻑 빠져들고 싶었다”고 사카모토는 밝혔다.

두 사람의 협업은 3년 전 시작됐다. 2019년 이우환의 부탁으로 프랑스 퐁피두 메츠 센터 회고전을 위한 일종의 배경음악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우환이 그려준 그림은 당시 도움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그림처럼 각 곡의 명칭도 ‘20210310′처럼 군더더기 없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달았다. 사카모토는 “이런 일기 형식의 작곡을 당분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앨범은 내년 1월 17일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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