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수학여행의 추억으로 설레는 그곳…“드디어 추락” 만우절의 단골 가짜뉴스로

기자 입력 2022. 11.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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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설악산 흔들바위
1971년, 2022년 설악산 흔들바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설악산 흔들바위를 밀어서 떨어뜨리는 자, 강호 무림을 평정하는 초고수가 될 것인가? 무림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바위에 꽂혀 있는 칼을 뽑는 자가, 왕이 될 것이다’라는 아서왕 검의 전설에 여러 문파들이 도전을 했고 잃어버린 절대반지를 찾아 제왕이 되려는 사파들이 전쟁을 일으켜 강호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적막, 설악산이 화산폭발의 화산재 연기로 대청봉마저 보이지 않고 영겁의 시간이 흘렀다. 비바람, 풍화작용에 흔들바위가 깎여, 아스라이 둥그런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강호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리하게 공력을 끌어들이다가 주화입마에 빠진 마인(魔人)이 일엽편주를 타고 설악산 강호에 숨어들었다. 그는 장풍으로 흔들바위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천상천하 유아독존, 천하를 호령하려 했지만 ‘100명이 동시에 밀어도 한 사람이 민 것과 똑같은 느낌’이라는 흔들바위에 당황했다. 이에 마인이 하늘 높이 솟구쳐 경공술을 펼쳤으나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에 비하면 경지가 몇 수 아래, 부처님 손바닥 안일 뿐, 마인은 평정심이 흐트러지고 스스로 몸이 불타 자멸했다. 가상의 무협 이야기다.

50년 세월, 두 장의 사진을 보면 신라시대, 의상·원효 대사가 정진 수도했던 설악산 계조암 입구 절벽 끝에 32t 무게의 흔들바위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사진 속, 흔들바위를 밀고 있는 등산객들 발 뒤쪽에 새겨져 있는 한자는 양반들이 설악산 방문 기념으로 자기 이름을 파놓은 것이다. 양반이 붓으로 바위에 글씨를 쓰면 동행한 하인이 정과 망치로 쪼갠, 일종의 낙서, 자연훼손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해서 ‘바위에 이름 새기기’가 조선시대에 유행했다. 이런 작태에 유학자 조식은 “대장부의 이름은 사관(史官)이 책에 기록해 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지, 돌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날아다니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하다”고 꾸짖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 산악회 회원도 밀어보는 설악산 흔들바위가 실시간 급상승어가 되는 날은 4월1일이다. 슈퍼맨 같은 자가 흔들바위를 밀어서 떨어뜨렸다는 추락속보인데 흔들바위가 깨지면서 났던 소리가 “뻥이야”라는 만우절(4월1일) 단골소재 가짜뉴스다.

*이 칼럼에 게재된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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