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시장도 돈 가뭄… 한파가 몰려온다

류정 기자 2022. 11. 25.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금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자동차 할부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조달 금리가 올라가자 소비자를 상대로 금리를 7~10% 수준으로 올리고 있고, 일부 캐피탈사들은 자금 조달이 어렵자 자동차 할부 영업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신차 구입을 위해 6개월~1년을 기다렸던 소비자들 중에는 할부 금리가 치솟자 구매를 취소하거나, 까다로워진 신용 심사에서 탈락해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와 자금 경색이 지속되면 연말 이후 자동차 판매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래픽=백형선

◇할부금리 10%대 육박… 다수 캐피탈사들 영업 중단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가 현대캐피탈과 운용 중인 신차 할부 금리는 지난 7월까지 2.8%(36개월 전액 할부 기준)였지만, 8~10월 4%, 이달에는 6.7%로 급등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가 높았던 카드사들의 금리도 치솟고 있다. 삼성카드는 6개월 전만 해도 1.9%의 금리로 공격적인 영업을 했지만, 현재는 7.4%의 금리를 요구한다. 3838만원인 기아 쏘렌토를 6개월 전 삼성카드 48개월 할부로 구매했다면 월 이자로 83만원을 내면 됐지만 지금은 월 92만6000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총 비용은 457만원이 올랐다. 현재 카드사 오토 할부 상품 중 5% 이하의 금리는 찾아볼 수 없다.

할부 금융을 이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대다수 금융사들은 돈줄이 마르자 신용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 플랫폼 직카의 한민우 대표는 “두어달 전만 해도 신용 10등급 중 5등급(일반 등급) 이상이면 무리 없이 할부 승인이 났지만, 지금은 우량 등급에 속하는 3~4등급도 다중채무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우리 고객 100명 중 70명은 심사에서 탈락하고 있다”며 “특히 전액 할부는 사라졌고 차 가격의 10~30%인 선수금을 내야 승인을 내준다”고 말했다.

수입차 금리는 더 높다. 현재 수입차 할부를 취급하는 산은캐피탈은 10.8%, NH농협캐피탈은 15%에 달한다. 그동안 고금리 할부 상품을 ‘끼워팔기’한다고 비판을 받던 벤츠·BMW 같은 수입차 업체 산하 캐피탈사들의 금리(7~9%)가 오히려 저렴해졌다.

다수 캐피탈사들은 돈줄이 막히자 자동차 할부금융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직카에 따르면, 롯데·메리츠·KB·미래에셋·BNK·우리금융 캐피탈 등은 일부 선구매한 재고 차량 판매를 제외하고는 할부 영업을 중단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예전엔 채권을 발행하면 1000억원 정도는 쉽게 모였는데 지금은 7~7.5% 금리를 내걸어도 200억~300억원에 그칠 정도로 자금경색이 심하다”며 “내년엔 국산차 할부 금리도 10%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車 시장 한파 예고… 정부는 이 와중에 개소세 인하 중단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자금 경색과 고금리가 지속되면 내년 자동차 시장에 엄청난 한파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에선 신차 고객의 70%가 자동차를 할부(렌트·리스 포함)로 구매하고 있다고 본다. 할부 금융 업체들의 돈줄이 마르면 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소비자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송업을 하는 이모씨는 1년을 기다려 소형 트럭 포터를 출고받으려 했지만, 할부 신용 심사에서 탈락해 차를 포기해야 했다. 직장인 유동욱(48)씨는 10년 탄 SUV를 교체하려고 신차 구매를 알아보다가 7%대 할부 금리를 보고 구매를 미루기로 했다. 현대차의 한 딜러는 “통상 월초 보유 중인 계약이 100건이라고 치면 달마다 해약 건수가 30건, 신규 계약이 50건이 들어와 다음 달엔 120건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달에는 해약 건수가 50건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정부 때부터 4년 가까이 이어오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5%→3.5%)를 오는 12월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달간 자동차 내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따뜻한 물 나오기 시작했다고 수도꼭지를 너무 일찍 돌리는 것 같다”며 “차가 안 팔리기 시작하면 부품업계, 정비·판매업계 모두 침체로 갈 수밖에 없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