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9] 다시 무릎 꿇는 중국인
신하들이 황제를 알현하던 장소 바닥에는 좀 특별한 곳이 있었다. 두드리면 소리가 잘 나는 부분이다. 궁중에 머물며 일하는 내시(內侍)들은 ‘뒷돈’ 준 고관을 이곳으로 이끈다. 이어 황제에게 무릎 꿇은 그 고관들의 머리 찧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렸다고 한다.
‘무릎 꿇고 머리 찧는’ 이 인사법이 삼궤구고(三跪九叩)다. 청대(淸代) 관원들이 황제에게 행하던 인사다. 세 번 꿇고[跪], 매번 세 차례 머리 찧는[叩] 방식이다. 황제의 충실한 하인, 즉 “노재(奴才)”라며 신하들이 스스로를 낮췄던 청나라 문화 풍토의 인사법이다.
본래 무릎 꿇고 자신의 엉덩이를 겹친 발 위에 두고 앉는 궤(跪)는 흔한 예법이었다. 중국에 의자(椅子) 등 입식(立式) 생활 조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입식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무릎 꿇고 절하는 궤배(跪拜) 인사법은 다른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중국인이 흔히 말하는 ‘하궤(下跪)’다. ‘남에게 무릎 꿇다’가 우선의 뜻이지만 속으로는 ‘잘못 인정’ ‘사죄(謝罪)’, 더 나아가 ‘복종(服從)’ 또는 ‘굴종(屈從)’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중국 민간에서는 “훌륭한 사내는 하늘, 땅, 부모에게만 무릎 꿇는다”는 말도 나왔다.
평범한 예법이었던 꿇어앉는 자세가 몽골의 원(元)이나 만주족의 청나라를 거치면서 오욕이나 굴욕 등의 의미를 더 얻었다는 설명이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국 직전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中國人民站起來)”는 선언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중국 당국이 펼치는 강압적인 봉쇄와 격리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던 중국 시민들이 붙잡혀 무릎 꿇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한 여성의 관련 사진은 대단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중국인의 기립(起立)을 선언했던 공산당에 의해 중국인이 다시 무릎 꿇는 장면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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