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태어나 호흡기 약해… 주변 오염 가장 위험

이철 하나로의료재단 명예원장(전 연세의료원장,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저자) 입력 2022. 11. 25. 03:01 수정 2022. 11. 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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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미숙아? ‘이른둥이’로 불러주세요
사진=Getty Images Bank

영국의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 윈스턴 처칠,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 독일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조선 시대 재상 한명회.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이른둥이’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이른둥이는 출산 예정일보다 3주 이상 일찍(임신 37주 미만) 태어난 미숙아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2006년 국립국어원 등의 ‘미숙아 한글 이름 공모 캠페인’에서 ‘이른둥이’가 선정됐고, 대한신생아학회에서 이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조금 일찍 태어났을 뿐 다른 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미숙아’가 공식 표준어이지만, 사전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어 부모들과 의료진은 이른둥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병원에서 아기의 체중을 기준으로 분류할 때는 출생 체중 2500g 미만을 ‘저체중 출생아’, 1500g 미만을 ‘극소 저체중 출생아’, 1000g 미만을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라고 한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인류사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 적지 않지만, 이른둥이를 보는 세상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고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즘엔 출생 체중이 1㎏도 안 되는 초극소 저체중아도 치료를 잘 받으면 건강하게 퇴원하는 시대가 됐다.

◇이른둥이 돌봄, 핵심은 ‘청결’

국내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2676명에서 2020년 27만2337명, 지난해 26만562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둥이 출생 비율은 2020년 8.4%(2만2911명)에서 작년 9.1%(2만3760명)로 늘었다.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이른둥이란 뜻이다. 원인은 정확히 분석되지 않았지만 고령 산모 증가, 난임 치료에 따른 다태아 증가, 임신중독증 등 질환과 스트레스, 환경오염으로 인한 체내 호르몬 문제 등이 거론된다.

/자료=대한신생아학회, 이철 저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임신 40주를 다 채우고 태어난 아기와 달리 이른둥이들은 숨 쉬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1세 미만 영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이다. 이른둥이는 호흡기가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부모가 특히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의대 재학 당시 수업에서 집 방바닥을 테이프로 찍어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시간이 있었다. 관찰해보면 사람이 용변 후 뒤처리를 깨끗하게 해도 건조된 미세 대변 가루가 방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집 안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었는데, 반려견은 용변 후 사람만큼 깨끗하게 뒤처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려견의 미세한 대변 가루가 집 바닥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어 다니면서 손가락을 빠는 아기에게는 위험 요인일 수 있다.

신생아 집중 치료실 의료진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 중 하나는 아기 기저귀를 갈고 난 뒤 그때그때 바로 손을 씻는 것이다. 집에서도 부모가 아기 기저귀를 갈기 전과 후로 흐르는 물에 비누 거품을 이용해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기본은 모유, 분유는 엄마 체온으로

이철 하나로의료재단 명예원장(전 연세의료원장,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저자)

고열량·고단백인 이른둥이 전용 분유를 먹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일차적으로는 모유 먹이는 것을 권장한다. 분만 후 6개월까지 모유에는 충분한 양의 단백질·지방·탄수화물·무기질이 들어 있어 ‘최고의 영양 공급원’이다. 모유는 체내 흡수율이 높아서 칼슘·철분 흡수가 잘되고, 세균 오염 우려도 거의 없다. 모유는 아기가 태어나 처음 맞는 백신 역할을 한다. 모유 내 면역 물질이 다양한 병원성 세균의 장 침입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 아기는 비염, 천식,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도 적게 발생한다.

분유를 먹일 경우 온도는 아기에게 가장 자연 친화적 온도인 엄마의 체온에 맞추는 게 좋다. ‘찬 우유를 먹이면 아기의 장이 건강해진다’는 말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이른둥이는 신체·인지·운동·언어 발달 정도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교정 연령(출산 예정일 기준)에 맞는 정기 검사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발달 지연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교정 연령은 이른둥이의 발달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나이다. 이른둥이의 출생일 기준 주민등록상 나이가 5개월이라도, 아기가 예정일보다 3개월 일찍 태어났다면 교정 연령은 2개월이다. 대부분의 이른둥이는 두 돌이 되면 같은 또래 아기들의 키와 몸무게를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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