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청담동 거짓말’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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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면 맨 처음 배우는 것들이 있다. 경찰 계급을 서열대로 외우는 것, 경찰이 누군가를 입건하면 피의자가 된다는 것 등 취재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이다. 수습기자로 경찰서에서 먹고 자는 일을 6개월쯤 하다 보면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기사가 궁한 수습기자들은 이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는다. 대다수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포장을 한다. 때로는 거짓말도 한다. 엉뚱한 증거를 내세우며 자신이 옳다고 우기는 이도 있다. 수습기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훈련을 받는다.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렇게 기자는 항상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몸에 새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을 때 강한 의문이 들었다. 먼저 청담동 일대에 30명 넘는 대규모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조용한 바는 몇 안 된다. 그중에서도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라이브 음악으로 첼로를 연주를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대상이 더 좁혀진다. 그런데 김 의원은 해당 술집이 어디인지 제시하지 않았고, 제보자도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통상 대통령이 움직이면 비공식 자리라고 할지라도 대통령 차량 말고도 경호 차량 등 최소 4대가 따라붙는다. 대통령이 식사를 하게 된다면 검식을 하는 직원들이 미리 가서 식당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다.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등장하는 조건에 맞을 법한 청담동 라이브 바 몇 곳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갔다. 주변 식당 주인이나 손님, 발레파킹 직원 등 여럿을 만나 취재했지만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 경호처 직원 혹은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 의원은 1988년 신문사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기자로 일했다.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고 2011년엔 사회부장도 맡았다. 기자 초년생도 몇 시간만 취재하면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을 그가 모르진 않았을 것 같다. 국회의원쯤 되면 해당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첼리스트를 만나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변호사 30명 중 하나쯤 찾아내 사실인지 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인 취재도 하지 않은 듯하다. 만약 거짓인 줄 알고도 대통령과 장관을 흠집 내기 위해 의혹을 제기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그가 제보자에게 속았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보 내용에 대해 여과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못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몰랐다고 변명을 하기엔 언론인으로 일한 시간이 길다. 그 덕분에 대통령 대변인을 거쳐 국회에까지 입성했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보엔 언제나 함정이 있다. 수습기자도 아는 사실을 김 의원은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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