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소통의 무게

윤지로 2022. 11. 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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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어렵다.

상대방과 의견 차를 좁히고 설득하는 과정도 어렵거니와 소통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으면 스스로 현재 얼마나 불통인지 깨닫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된 도어스테핑이 갑자기 중단된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울시는 지난 8월31일 소각장 후보지 선정 보도자료에서 "모든 과정에서 항상 주민과 소통하며 그 의견을 반영해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주민 대표로 구성된 주민소통협의체를 조직해 주민과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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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어렵다. 상대방과 의견 차를 좁히고 설득하는 과정도 어렵거니와 소통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으면 스스로 현재 얼마나 불통인지 깨닫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할 만큼 했고, 문제는 저쪽에 있다며 입을 닫게 된다.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된 도어스테핑이 갑자기 중단된 것만 봐도 그렇다.

얼마 전 서울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갈등을 다룬 기사를 쓴 뒤 아마도 주민인 듯한 분으로부터 항의 섞인 메일을 받았다. ‘서울시가 마포구에 소각장을 짓기로 한 결정에 어떤 비리가 있는지 알고나 썼느냐’, ‘목숨 지키려고 투쟁하는 사람 앞에서 부동산 가격 운운하는 것은 모욕적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윤지로 환경팀장
한 언론에 보도된 의혹은 이미 알고 있었고 주민을 욕되게 할 뜻도 전혀 없었기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 집 근처에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기존 750t(하루 처리용량)짜리 소각장에 신규 1000t까지 총 1750t을 떠안아야 하는 인근 주민들로선 날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일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31일 소각장 후보지 선정 보도자료에서 “모든 과정에서 항상 주민과 소통하며 그 의견을 반영해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주민 대표로 구성된 주민소통협의체를 조직해 주민과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열리려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뒤 ‘찾아가는 주민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을 일대일 접촉하고 있다.

새 소각장 1000t이 들어서면 마포 상암동은 서울시 전체 소각물량의 40∼50%를 처리하게 된다. 신규 소각장 설치가 어쩔 수 없다면, 기존 시설에서 처리하던 쓰레기 750t을 어떻게 줄이고 어디로 분산시킬지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당장 계획 마련이 어렵다면 일정표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가장 핵심 사안에서 시는 뜬금없이 ‘믿음’을 강조한다.

“아직 십몇 년 남았잖아요? 현재로선 (750t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진 건 없지만 그때까지 용역도 하고 해서 남은 12∼13년 동안 충분히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시장님도 철거한다고 약속했잖아요. 이 이상 어떻게 더 확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일단 한번 믿어주세요’란 말은 원래 믿기 어려운 법이다.

마포구의 새 소각장은 주민 동의 없이도 설치가 가능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소통을 연기처럼 가볍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은 법을 떠나 신뢰를 위해 필요하다. 주민들은 소각장 앞에 세워진 오염물질 현황판도 못 믿겠다고 말한다. 20년 전 현 소각장이 들어올 때나 지금이나 공무원이 주민 대하는 방식이 똑같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행히 이번주 들어 소통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회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2026년 수도권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전국적으로 소각장을 지금보다 절반이나 더 늘려야 한다. 마포 소각장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은 앞으로 곳곳에 소각장이 들어설 때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소통의 무게는 750t만큼이나 묵직하다.

윤지로 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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