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마지막 순간’ 묘사…日서 반환된 조선시대 일기장
날짜 옆에 일정·감상 등 함께 적어
이순신 최후 기술에 술제조 방법도
문화재청은 지난 9월 일본에서 환수한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를 24일 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대통력은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책력(冊曆·천체를 관측하여 해와 달의 운행과 절기 따위를 적은 책)으로 농사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지침으로 활용됐다. 1600년 경자년 대통력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데다가 조선의 대표 문신 서애의 흔적이 더해져 돼 뜻깊다.
이번에 귀환한 대통력은 가로 20㎝, 세로 38㎝로 흔히 쓰는 A4 종이보다 조금 긴 편이다. 1599년 간행된 금속활자본이다. 책자 형태로 날짜 옆에 일정이나 개인적 감상 등을 적어 오늘날 다이어리와 비슷하게 활용된 셈이다. 여기에 기재된 필적과 언급된 인물 190여명, 상황 등 정보를 서애의 문집인 ‘서애집’중 ‘서애선생연보’와 대조하니 맞아떨어져 서애의 손때가 묻은 수택본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달력은 겉표지가 떨어져 나가 가철(假綴)된 표지에 느닷없이 충무공 이순신(1545~1598년)장군의 최후를 기술한 문장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전쟁하는 날에 직접 시석(矢石·화살과 돌)을 무릅쓰자, 부장(副將)들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만류하며 말하기를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하시면 안 됩니다. … ”라고 하였다. (그러나 듣지 않고)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가슴에 맞고 전사하였다. 아아! …’
정제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은 “(이순신이 사망한)1년 2개월 전 기록한 종이를 이면지로 재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조선시대에는 종이가 귀해 사대부도 종종 이면지를 활용했다.
류창해(풍산류씨 종손)씨는 “충무공 언급은 징비록과 유사하다”며 “술 제조법을 여백에 기록한 것이 종가에서 보관해온 대통력 8책과 다른 새로운 내용이어서 서애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서애는 ‘징비록’에서 생일을 맞아 술을 마셨다는 기록 한 줄만 남겼으나, 이번 대통력에는 7~8종의 술을 만들기 위해 쌀을 씻는 법과 물의 양 등을 상술했다. 유교 예법과 선비의 섭생에서 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또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끌려간 강항(1567∼1618)이 포로 생활을 마치고 1600년 귀국한 일 등 당대 역사적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도 의미있다. 강항은 일본 주자학 시조인 후지와라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유물은 김문경 교토대학 명예교수 제보로 그 존재가 알려졌고,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검수 조사해 환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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