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서울이 과녁” 핵위협... 정부 “도적이 매 드는 식”

김은중 기자 입력 2022. 11. 24. 22:20 수정 2022. 11.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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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文 비교하며 남남갈등 부추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뉴스1 노동신문

북한 김여정이 24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북 독자 제재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막말로 비난하며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씨 일가가 직접 ‘서울 과녁’을 거론하며 핵 공격을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북한에 유화적으로 나오면 때리지 않는다는 뜻도 담겼는데,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우리에 대한 제재 압박에 필사적으로 매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며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미는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도발 자금의 출처로 지목된 암호화폐 탈취를 겨냥한 신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김여정의 막말 비난은 암호화폐 해킹 관련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여정이 이날 직접 ‘서울 과녁’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가 서울을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 4월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서울의 주요 표적 괴멸”을 언급한 바 있다. 그 무렵 김여정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핵 무력은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북한 핵이 한국을 겨냥한 무기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9월 핵 선제 공격을 법제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날 김여정은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했다. 한국 내 반정부 시위를 부추긴 것이다. 최근 친야(親野) 성향 인사들이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지난 8월에도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반발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는 막말을 했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전·현직 대통령 간 싸움까지 붙여가는 저급한 방식으로 국내 일부 세력의 선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우리 국가 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현 긴장 국면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초래됐는데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단히 유감”이라며 “우리 안보가 북한의 조건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독자 제재 검토에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만큼 우리 노력이 북한 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김여정은 대외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 과녁’ 등 협박 담화는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북한은 남한을 더 무시하고 더욱 고압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대남 무력 충돌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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