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는 세금 깎아주고 가계에는 더 받으라는 KDI

반기웅 기자 2022. 11. 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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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낮추기 위해
‘소득세·부가세 증세’ 역설
법인세는 “지금보다 내려야”
‘서민에게 세부담 전가’ 지적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법인세 증세 대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증세를 제안했다. 기업 세금은 낮게 유지하되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올리라는 것인데 기업감세와 복지증가에 따른 세부담을 가계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낸 ‘코로나19 이후 재정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60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144.8% 수준에 이른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세입 기반 확충·재량 지출 통제 등 3가지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가지 정책과제를 모두 이행하면 2060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기준선(144.8%) 대비 57.2%포인트 낮은 87.6% 수준으로 내려온다는 주장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소득세·부가가치세 증세를 통한 세입 기반 확충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여력 확보를 위해 모든 납세자의 소득세와 부가세 실효세율을 1%포인트씩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늘어나는 복지재정 수요를 충족하려면 증세를 피할 수 없는데, 이때 올려야 할 세금이 소득세와 부가세라는 것이다.

소득세 실효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2%포인트 축소된다고 전망했다. 부가세 실효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국가채무비율이 5.9%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노년부양비가 15%에서 20%로 확대되는 동안 주로 부가세와 소득세에 의존해 재원을 조달했다”며 “조세 초과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부가세와 소득세부담을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소득세·부가세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법인세 인상에는 선을 그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OECD 국가들의 법인세수 비중은 인구고령화와 관계없이 3% 수준”이라며 “OECD 국가들이 경제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법인세부담은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부담은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세부담을 늘려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법인세는 지금보다 내려야 한다는 뜻을 밝힌 그는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기술개발과 기업의 역할, 국민들의 성실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법인세는 내리고 소득세·부가세만을 올려 나랏빚을 줄인다는 제안은 세수 확보에 대한 책임을 서민에게 떠넘기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홍익대 교수)은 “소득세 실효세율을 1%포인트 올린다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3%포인트 올려야 균형이 맞는다”며 “법인세와 소득세·부가세에 대한 증세를 동시에 하면 국가채무비율 축소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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