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이 된 우크라 병원들…한 줄기 빛에 생명 살리는 ‘암흑 속 수술’
최소 10명이 숨지고 정전
“타국 월드컵 득점 세는 동안
요격된 미사일 개수 세는 중”
러시아의 공습으로 기간 시설이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병원들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의사들이 손전등에 의존해 수술하는 등 환자들의 안전이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헤르손에 미사일 공격을 한 지난 22일(현지시간) 현지 주민 아르투르 보블리코프(13)가 병원에 실려 왔다. 그는 좁은 계단을 통해 수술실로 옮겨졌고 왼팔 절단 수술을 받았다(작은 사진). 전력이 부족해 환자 이송용 엘리베이터도 사용할 수 없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어머니 나탈리야는 캄캄한 복도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공습으로 환자들은 계속 밀려오지만 병원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열악해졌다. 헤르손 어린이병원 외과 책임자인 볼로디미르 말리쉬추크는 이번주에만 세 명의 어린이가 장기나 머리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았다며 “인공호흡기와 X레이 기계가 작동하지 않고 휴대용 초음파 기계는 한 대뿐이어서 우리가 계속 갖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정전으로 수술실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의사들이 휴대전화, 손전등, 전조등을 켜고 수술을 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남부 자포리자 인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빌니안스크 마을에서는 공습으로 산부인과 병동이 파괴되고 생후 2일 된 신생아가 사망했다. 나탈리야 우시엔코 시장은 “로켓이 병동을 강타하면서 불행하게도 겨우 이틀밖에 살지 못한 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의료 기반 시설에 대한 703건의 공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민간인에게 고통을 주려고 일부러 병원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이란산 무인 항공기(드론)를 사용해 의료 시설을 우선 확인한 후 유도탄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3일에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67발을 발사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했고, 수도 키이우 전역에서 단전과 단수가 발생했다. 공습 여파로 남우크라이나 원전과 서부의 흐멜니츠키 원전에서 다수의 원자로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키이우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전기와 물, 난방 공급이 끊겼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누군가는 월드컵 경기의 결과를 기다리고 득점을 세고 있는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은 요격된 러시아의 미사일 수를 세고 있다”고 적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의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고의적인 공격과 잔학행위를 벌이고,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첨단 지대공미사일시스템 ‘나삼스’를 포함해 4억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규모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총 197억달러(약 26조6300억원)가 됐다.
박은하·박용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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