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흔들어 민주주의 뒤흔드는 ‘빌런’ 머스크

김재중 기자 2022. 11. 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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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규제 없애고
극우 음모론 복귀시켜
“자유 언론 절대주의는
책임 없는 방종 될 수도”

“일론 머스크(사진)가 트위터를 망가트린 대가를 민주주의가 치르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로 소유주가 바뀐 후 트위터와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머스크 체제에서 가짜뉴스와 혐오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트위터의 신뢰도가 하락할수록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방침을 밝히면서 “자유 언론은 민주주의 작동의 기반이 되는 바위이다.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문제들이 토론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자유 언론 절대주의자’라면서 혐오 표현 등에 대한 트위터의 규제 정책을 비판했다. 실제로 그는 인수를 완료한 직후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극우 음모론과 성소수자 혐오 표현 등으로 악명 높은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등 트위터에서 퇴출당했던 사용자들을 복귀시켰다.

머스크가 인수하자마자 트위터에서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실증적 연구도 있다. ABC방송이 이달 초 보도한 몽클레어 주립대 연구팀의 보고서를 보면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 트위터는 12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혐오 표현이 포함된 트윗이 한 시간에 평균 1000여건 올라왔지만, 그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다음날에는 평균 4778건 올라왔다.

연구팀은 “그의 트위터 인수가 이 플랫폼의 인종주의적, 극단주의적 사용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판사실의 모니터 요원들은 다른 플랫폼에 머무르시길. 제발 부탁이다”라고 비아냥대는 트윗으로 문제 사용자 복귀 조치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응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을 대규모로 감원하면서 유해성 콘텐츠를 걸러내는 기술을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망가지는 트위터는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워드 W 프렌치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트위터의 붕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에 지정학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가 표방한 자유 언론 절대주의는 책임성 없는 방종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고 아무런 제약없는 소통의 장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으로 뒤덮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 언론을 지킨다는 행위가 되레 자유 언론을 억압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면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유 언론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에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나온다. 트위터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라는 관점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잭 섀퍼 기자는 트위터를 광적으로 사용해온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 등 엘리트 집단이 트위터를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트위터를 쓰는 사람은 2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 사용 빈도가 높은 상위 25%가 트윗의 97%를 올리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도 CNN방송과 인터뷰하면서 “트위터가 망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망하더라도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망하면 새로운 경쟁자가 트위터의 자리를 재빨리 대체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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