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섬에서 아침을 [아침을 열며]

2022. 11.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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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젖소의 모습에 많은 사람의 눈과 마음이 홀리지만, 그 장면이 지속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른함을 넘어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그중 '퍼플섬'이 눈에 띈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도라지와 꿀풀이 식생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상징적인 색인 '보랏빛 천지' 섬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보랏빛 퍼플섬으로 탈바꿈한 반월도와 박지도는 고딘의 '보랏빛 소'처럼 '주목할 만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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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제공

드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젖소의 모습에 많은 사람의 눈과 마음이 홀리지만, 그 장면이 지속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른함을 넘어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보랏빛 소가 나타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아마도 당장 사진을 찍고 SNS에 사진을 올려 팔로워들이 몰려들면서 입소문이 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젖소가 아닌 화려한 보랏빛 소(Purple Cow)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독창적인 마케팅 기법을 제시해 온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2003년 마케팅의 고전 '보랏빛 소(Purple Cow)'를 출간했다.

전라남도에 있는 신안군은 섬 천국이다. 1,000여 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서 '천사(1004)섬'이라 불린다. 흑산도나 홍도처럼 유명한 섬도 있지만 들어보지도 못한 섬이 대부분이다. 그중 '퍼플섬'이 눈에 띈다.

신안 반월도와 박지도는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평범한 섬마을로 주민 136명이 사는 외딴 섬이었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도라지와 꿀풀이 식생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상징적인 색인 '보랏빛 천지' 섬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퍼플섬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바다에 펼쳐진 퍼플교의 아름다운 모습에 누구도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안좌도와 반월·박지도를 연결하는 보행교를 보라색으로 칠한 이유이다.

섬 안에 있는 모든 지붕을 보라색으로 칠하고 산과 언덕에는 보라색 꽃 정원을 만들었다. 버스 정류장, 공중전화 부스는 물론이고, 식당과 카페의 소품, 시설과 물건에 보라색 옷을 모두 입혔다. 퍼플섬엔 입장료가 있지만, 옷차림이나 소지품 중에 보라색 아이템을 한 가지라도 소지하면 무료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신안군 제공

보랏빛 퍼플섬으로 탈바꿈한 반월도와 박지도는 고딘의 '보랏빛 소'처럼 '주목할 만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보통의 섬마을을 색(色)다른 섬으로 가꿔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사례가 되었다. 퍼플섬에 대한 국내외 언론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 2021년 스페인에서 열린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 퍼플섬은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신안군의 노력은 퍼플섬의 색채 마케팅에서 끝나지 않았다. 섬마다 독특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세우는 '1도 1뮤지엄' 사업, '사계절 꽃피는 1섬 1정원' 만들기, 유인도 마을 지붕을 섬 특성에 따라 갖가지 색으로 단장하는 등 신안군의 색채마케팅은 퍼플섬에 이어 지속되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을 하는 항해는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했다. 남과 다른 시각과 해석으로 접근해 지역의 독특한 가치를 높이는 신안군 사례는 혁신적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를 비롯한 공직자와 군민들이 창조적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가고 있다.

창조적인 플레이어가 지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아름다움, 가슴 뛰는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주목할 만한(Remarkable)'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신안군은 과거의 전례에 따라 늘 해 오던 익숙한 행정이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전대미문'을 추구한다. 반짝이는 '보랏빛 섬'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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