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육군훈련소 종교행사 참석…‘지시’ 아닌 ‘권유’도 위헌”

박용필 기자 2022. 11. 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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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재판관 “종교자유 침해”
정교분리·과잉금지에도 위배
“헌소 대상 아냐” 반대의견도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권하는 조치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참석을 ‘지시’하지 않고 ‘권유’한 조치에 대해서도 위헌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군 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압박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4일 육군훈련소장이 종교행사 참석을 사실상 강제한 조치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들은 2019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한 달여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공익법무관으로 임용됐다. 무신론자였던 이들은 기초군사훈련 당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 행사 중 하나를 골라 참석해보라’는 조교의 권유를 거부했다. 그러나 조교가 재차 참석을 권하자 이들은 종교행사에 참석했다.

두 달 뒤 이들은 육군훈련소장이 자신들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사실상 강제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되는 조치’라는 것이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해당 조치가 ‘육군훈련소장이 우월적 지위에서 청구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한 행위로, 반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했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해당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정교분리 원칙에도 반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가 종교를, 군사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해 선교행위를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종교행사 참석 조치는 군 정신전력 강화에 기여하기보다 해당 종교와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일반적인 윤리교육 등 다른 대안도 택할 수 있다”며 “종교는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신념일 수 있는 만큼 종교에 대한 국가의 강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해당 조치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사건 당시 조교는 참석을 강제한 게 아니라 권한 것이고, 실제 당시 다수의 불참자가 있었던 점을 보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군인복무기본법이 이미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반복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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