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빼자”는 윤핵관…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불안한 첫발
검찰 마약 관련 부서장으로 한정…국조 계획서, 본회의 통과
예산안 처리 미뤄지면 활동 제약…출발부터 ‘가시밭길’ 예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가 24일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하루 만에 합의를 뒤집고 조사 대상에서 대검찰청을 빼달라고 요구해 마약 수사 관련 부서장만 부르는 선에서 여야가 추가 합의했다. 여당의 합의 번복 논란으로 국정조사는 불안한 첫발을 떼게 됐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했다. 재석 254명 중 찬성 220표, 반대 13표, 기권 21표였다. 장제원·윤한홍·이용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국정조사 기간은 이날부터 내년 1월7일까지 45일간으로 하되,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대상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용산구 등으로 확정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는 자료와 증인 채택을 위한 예비조사를 하고 이후 본격적인 청문회와 현장조사 등을 진행한다. 여야는 안전관리대책 미비와 참사 발생 초기 당국의 부실 대응 원인을 조사한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우상호(위원장)·김교흥·권칠승·신현영·윤건영·이해식·조응천·진선미·천준호 등 더불어민주당 9명, 이만희·김형동·박성민·박형수·전주혜·조수진·조은희 등 국민의힘 7명, 장혜영 정의당·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18명으로 꾸려졌다.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활동 첫날부터 한때 파행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전날 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고 대검찰청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며 오전 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참사 당일 경찰의 마약 수사 인력 운용과 검찰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경찰이 마약 수사에 집중하느라 안전에 소홀했다고 의심한다면 경찰을 부르면 되는데 왜 지휘권도 없는 검찰을 부르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한 사안을 뒤집을 수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여야는 증인을 대검찰청 마약 관련 부서의 장으로 한정하기로 합의하고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정조사 실시 합의문에 전격 서명했지만, 국민의힘 기류는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 이후 바뀌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규명)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국정조사) 목적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국정조사 대상에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2곳만 포함된 것을 두고도 “대통령실이 많이 빠진 게 뭐 있나. 경호실 하나 빠졌는데”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대검 마약 관련 부서장으로 증인을 한정하는 조건으로 국정조사를 수용하기로 했고, 야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의총에서) 합의를 파기하자는 의견이 몇십명이었다.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제대로 소통이 안 된 듯하다”면서 “검찰공화국도 아니고 대검 반발 때문에 여야 합의를 파기하면 얼마나 우스워지나”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뗀 국정조사특위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였다. 국정조사와 예산안이 연동된 만큼, 여야 이견으로 예산안 처리가 미뤄진다면 국정조사에도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국조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에 코드를 맞춘 친윤계의 반발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전의 실패한 국정조사들처럼 정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시간끌기 전술이나 증인 채택 방해 등으로 정부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나영·조미덥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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