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與 국조 수용, 용산 교감했나…대통령실 불만 기류 감지(종합2보)
의총서 "대검 포함해 정쟁 빌미" 비판…친윤 장제원·윤한홍·이용 '반대표'
대통령실, 세부내용 불만족 기류…정무수석 "합의 전체를 안건 아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지훈 안채원 기자 = '선(先) 경찰수사, 후(後) 국정조사' 기조를 이어가던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지난 23일 전격 수용하면서 입장 선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야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사전 물밑 조율을 거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내지도부가 여야 협상 진행 경과를 대통령실과 공유하며 소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실·정부와도 협의된 내용인지 일부 의원들이 질문하자 "정부 측과의 조율을 거쳤다"고 언급해, 사전에 교감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지난 21일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카드를 꺼낸 뒤, 대통령실과 소통하면서 야당과 국정조사 세부 내용 협상을 벌일 경우 타협 가능한 '마지노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도 여당이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한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150명 넘는 청년들이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 거부 입장을 견지하면서 진상 규명을 회피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강행 처리 수순을 밟는 상황이 국민의힘에는 큰 압박이 됐다는 해석이 많다.
야당 단독으로 실시하는 국정조사는 '야당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고,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법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는 원내 지도부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대 쟁점이던 국정조사 대상, 기간 등에서 여당 요구를 관철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국정조사 대상 기관에서 대통령 경호처와 법무부는 제외됐고, 국정조사 기간도 당초 야당이 주장하던 60일 대신 45일로 줄었다.
특히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 본격적인 국정조사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 실시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기면서, '준예산'이 거론될 정도로 암울했던 예산안 처리 전망도 밝아졌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법안 등을 처리할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선 때 여야 공통 공약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집권 첫해 입법 성과를 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점도 여당이 얻은 소득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 국회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내년도 예산, 국민 삶의 문제보다 중요한 게 어딨나. 예산 정국이 여야 간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며 "주 원내대표의 협상 방향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날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데 이어, 이날 본회의 국정조사 계획서 안건 표결 때 '친윤 핵심'인 장제원, 윤한홍, 이용 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러한 기류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본회의 전 열린 의총에서는 전날 합의에서 국정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김도읍 의원 등 검찰 출신 의원들은 "야당에 정쟁의 빌미를 줬다", "'이재명 방탄 국정조사'로 변질할 수 있다"는 취지의 비판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서도 '마약수사 전담부서'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대검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 세부 합의 내용에 불만족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참사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어느 누구 한 명도 억울함도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세부 내용이 그 본질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란 것이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사실 (국정조사) 목적에서 좀 어긋난다. (합의내용) 전체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한 데서도 이러한 기류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수석은 '대통령실이 (조사대상에서) 많이 빠지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많이 빠진 것이 뭐가 있느냐. 경호실 하나 빠졌는데"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추가 협상을 통해 대검의 경우 '마약 수사에 관련된 부서의 장'만을 증인으로 부르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특수본 수사 결과 발표 전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것은 문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에 목맬 이유가 없었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고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조사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의원들 사이에 이 시점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게 맞느냐는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의원도 "국정조사를 이렇게 서둘러서 할 필요가 있었나. 성급한 합의였다"고 비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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