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이자 부담 15개월 새 36조원 급증
변동금리형 주담대 최저 연 6%대 예상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영향으로 가계대출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연간 36조원가량 급증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차주의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5%에서 인상이 시작돼 이날 3.25%까지 높아졌다. 지난 1년3개월 동안 인상된 기준금리는 2.75%포인트에 이른다. 한은의 추산을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증가한다. 지난 15개월간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총 36조3000억원 불어난 셈이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뛸 때 연간 16만4000원 증가한다. 기준금리 상승분 2.75%포인트를 감안하면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1년3개월 만에 180만4000원 늘었다.
한국은 변동금리 대출이 많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작아 차주 대다수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예금은행 대출 잔액 중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6.5%에 그쳤다. 같은 달 신규 취급된 대출 중에서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24.0%)은 작았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금리 시절 대출받아 집을 산 20~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저신용자,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차주) 등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앞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주택 실수요자들도 이자 부담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A씨는 2020년 11월 은행에서 총 5억3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연 2.98%)과 신용대출(연 3.61%)을 받아 서울 목동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A씨의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10만9000원이었다. 그러나 이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50%, 신용대출 금리가 7.48%로 뛰면서 A씨의 월 상환액은 303만2000원으로 약 44% 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종 기준금리가 3.50~3.75% 수준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행보다 많게는 0.5%포인트 금리가 더 오른다는 얘기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연 6%대에 안착할 확률이 높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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