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세상에 없던 우승④] “나 믿어줘서 고마워” 울컥한 포수… 속죄포 팡팡, SSG는 인천 복귀를 고대하다

김태우 기자 2022. 11. 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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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불안했던 2차전에서 대활약을 펼친 SSG 최지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패한 SSG 선수들은 담담하게 2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굴에 웃음이 만발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처지는 분위기 또한 아니었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언론 인터뷰에도 성실하게 응하면서 2차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키움이 1차전에서 에릭 요키시를 소모함에 따라 2차전 선발은 타일러 애플러로 결정됐다. SSG는 정규시즌에서는 애플러를 나름대로 잘 공략한 경력이 있었다. 대량 득점까지는 아니더라도 1차전 선발이었던 안우진보다는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다. 여기에 SSG의 2차전 선발은 올 시즌 키움에 대단히 강한 면모를 선보였던 윌머 폰트였다. 유리한 매치업이기는 했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폰트에 대한 불안감도 조금은 남아있었다. 시즌 막판 어깨 통증이 있었던 폰트는 당초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 출전한 뒤 한국시리즈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첫 경기는 3이닝, 두 번째 경기는 4이닝 투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연습경기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두 번째 등판은 개인의 생각에 따라 결국 거르고 그냥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기로 했다. 폰트는 “어깨를 아낀 채 등판하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전력이 있기에 뚜껑은 열어봐야 했다.

결국 경기 초반 어떻게 흐름을 풀어가느냐가 중요했다. 구단 내부에서 주목한 선수들은 포수 이재원과 외야수 최지훈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이재원은 폰트의 담당포수로 호흡을 맞춰야 했다. 그리고 최지훈은 1차전에서의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애플러에 약했다. 정규시즌 애플러를 상대로 7타수 1안타(.143)에 머물렀다. 그러나 김원형 SSG 감독은 최지훈을 믿었고, 그대로 2번 타순에 배치했다.

그렇게 시작한 경기는 SSG에 유리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폰트는 다행히 큰 문제없이 힘 있는 패스트볼을 던졌다. 올해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높아지면서 위력을 발휘했던 하이패스트볼을 거침없이 던졌다. 주심과 궁합이 다소 중요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날은 높은 쪽 코스를 비교적 잘 잡아주는 쪽에 속했다. 이재원은 이를 간파했다. 힘 있는 승부로 폰트를 유도했고, 폰트는 외야수들의 콜플레이 미스로 비롯된 3회 위기를 1실점으로 잘 막아내면서 7회까지 내달렸다.

선취점도 일찍 나왔다. 1회 추신수가 안타를 친 것에 이어 최지훈의 중견수 앞 안타 때 타구 판단을 기가 막히게 하며 3루까지 내달렸다. 애플러의 제구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공이 좌우로 하나씩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최정과 한유섬이 차례로 볼넷을 골라 선취점을 얻었다. 라가레스는 무사 만루에서 우측 방향으로 팀 배팅을 해 1점을 추가했고, 발이 빠른 박성한도 일단은 굴린다는 생각으로 역시 타점을 만들어냈다. 1회부터 3점,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3-1로 앞선 5회 터진 최지훈의 우월 투런홈런은 이날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SSG 쪽으로 가져오는 한 방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지훈은 이날 경기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 중 가장 불안에 떨던 선수였다. 애플러와 상대 전적이 좋지 않아서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홈런을 포함해 안타 세 개를 때렸으니 이것도 시리즈의 운이었다.

▲ 여러 비판에도 묵묵하게 시리즈를 준비한 이재원은 폰트를 훌륭하게 리드했다 ⓒ곽혜미 기자

최지훈은 경기 후 “애플러를 상대로 자신이 없었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치는지 잘 몰랐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정규시즌 때 못친 건 오늘(2차전)에서 치기 위해 그랬나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SSG는 최지훈의 맹활약에 힘입어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잡아갔고, 끝내 6-1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폰트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이재원의 리드도 칭찬할 만했다. 경기 후 SSG 구단 내부에서는 “이재원이 경기 상황에 맞춰 폰트를 잘 리드했다. 주전 포수로서의 경험이 과감한 볼 배합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 이재원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며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이기도 했다. 시즌 막판 경기력이 너무 떨어져 있었고, 구단은 김민식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는 게 시리즈를 위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1차전에 김광현이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원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유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인정하고 구단의 우승을 위해 백의종군한다는 자세로 시리즈에 돌입한 이재원은 이날 경기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 경기를 모두 마친 뒤 이재원은 경기 후 폰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준비를 많이 했다. 폰트가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많이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면서 “폰트의 공도 좋았고, 무엇보다 믿음을 가지고 던져줘서 고마웠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이재원은 최종전이었던 6차전에서도 폰트의 공을 받았고, 기어이 소위 말하는 헹가래 포수가 되며 그간의 고생을 씻어냈다.

그러나 2차전 승리 이후에도 선수단이 들뜬 기색은 전혀 없었다. 1‧2차전에서 자신의 외야 수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법했던 주장 한유섬은 7회 쐐기 솔로포를 쳤다. 최지훈과 더불어 속죄의 한 방을 친 것이다. 하지만 승리 세리머니를 마치고 가장 먼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한유섬의 얼굴에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어두웠다. “홈런을 쳤는데 표정이 어둡다”는 말에는 그저 가벼운 미소로 답변을 대신할 뿐이었다.

이제 인천을 떠나는 SSG 선수단은 최대한 많이 이긴 채 인천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당시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으로 앰프 사용과 응원단 운영이 중지된 상황이었고, 선수들은 애도기간이 끝난 뒤 열릴 5차전을 그리며 고척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리드오프 몫을 톡톡히 한 추신수는 “(응원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미국의 포스트시즌보다 더 열광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5차전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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