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손님 모두 피해자”…악성·허위 리뷰에 칼 빼든 배민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2. 1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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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리뷰 통계·추천 기능 새로 도입
사장님 10명 중 8명 “허위 리뷰로 피해 봐”
대가성 리뷰 산재…소비자 신뢰도 하락 우려
배달업 종사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매운 음식 전문점에서 시켜놓고 맵다고 별점 테러라니요.”

경기도 성남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50대 자영업자 A씨. 매운 음식들을 주로 판매하며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그는 최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많이 맵다고 몇 번씩 강조해둔 메뉴다. 안 맵게 해달라 표기하는 기능도 있었는데 주문한 이가 요청하지 않았다”며 “그러더니 돌연 너무 맵다고 별점 1개를 줬다. 당황스러웠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 자영업자 “손님이 잘못하고 음식점 실수라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악성·허위 리뷰를 남기는 일부 이용자로 인해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가장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섰다.

24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29일부터 새로운 리뷰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29일부터는 각 이용자가 그동안 남긴 별점의 평균치를 볼 수 있는 ‘리뷰 통계’ 기능이 제공된다. 기존에도 각 이용자가 남긴 리뷰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있었다. 다만 새 기능이 도입되면 별점 전체 평균을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루 뒤인 30일부터는 내용과 사진, 등록일 등을 고려한 ‘리뷰 추천순 정렬’ 기능이 서울 송파구에 우선 도입된다. 소비자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리뷰를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내년 1월 중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메뉴판을 보고 있는 소비자들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배민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무엇보다 악성·허위 리뷰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배달앱 이용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8%가 리뷰로 인해 업황 등 피해를 경험했다.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비자의 잘못을 음식점의 실수로 떠넘긴 경우(79.0%, 중복응답)가 가장 많았다. 또 이유 없는 부정적인 평가(71.7%), 리뷰를 담보한 무리한 서비스 요구(59.7%) 등도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10명 중 8명가량이 피해를 보았지만, 소상공인들로서는 배달앱이 주 수입원인 만큼 포기하기가 어려운 노릇이다. 앞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과 주점업종 매출액 중 69.3%가 주거래 배달앱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 소비자들 “대가성 리뷰 때문에 믿을 게 없어”

악성·허위 리뷰는 또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문을 아예 하지 않은 이용자가 허위로 리뷰를 작성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재해 다른 소비자들이 오인·혼동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현재 온라인에서는 리뷰를 작성해주겠다는 대행업체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배달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후기를 작성해주는 업체들인데 자칫하면 소비자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한 마케팅회사 대표의 경우 지난 2020년 6월 업주들로부터 한 건당 5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리뷰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두 달간 총 9985회에 걸쳐 허위 리뷰를 올린 정황이 확인돼 지난 6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배민은 이후에도 악성·허위 리뷰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겠다는 계획이다. ▲앱에 등록되는 리뷰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24시간 이내 허위 의심 리뷰를 판별, 조치하는 시스템과 ▲허위 리뷰를 학습해 의심 사례를 적발하는 인공지능(AI) 모델 등까지 마련했다.

배민 관계자는 “이용자와 사장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리뷰를 더욱 편리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발전시켜, 건강한 리뷰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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