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만 핥은’ 배출권거래제 개선안…“기업 요구 과도하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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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내놨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 시설(동종업계 상위 10%)을 짓거나 노후설비를 교체해 온실가스 배출 효율을 개선하는 경우 배출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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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늘리고 규제는 완화
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내놨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당근책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근본 문제로 지적돼 온 ‘공짜 배출권’ 등에 대해선 손대지 않아 수박 겉핥기식 개선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24일 환경부가 공개한 배출권 거래제 개선방안은 산업계 요구를 대거 반영했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 시설(동종업계 상위 10%)을 짓거나 노후설비를 교체해 온실가스 배출 효율을 개선하는 경우 배출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는 발전원은 ‘태양광·풍력·수력’에서 ‘모든 재생에너지’로 확대된다.
환경부는 개선안에 대해 “참여기업이 제시한 단기과제 총 40건 중 33건을 수용했다”며 “감축 노력에 따른 혜택을 늘리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효율화해 제도 이행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이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아 그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되 배출권이 남거나 모자라면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장 매커니즘을 이용해 점차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목적이 담겼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는 ‘공짜’로 남발되는 배출권 비중이 너무 높고, 기업에 할당한 배출량 자체가 많아 산업 부문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3개월 전 환경부는 거래제 개선에 착수한다며 “유상할당 확대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나온 개선안에는 ‘온실가스 감축 유인 강화, 산업경쟁력 등을 고려한 유상할당 단계적 확대’란 검토방향만 제시됐다. 사실상 ‘단계적’이란 표현을 더하는 데 그친 것이다. 환경부는 이 문제와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을 ‘2단계 과제’로 묶어 내년에 중점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1단계 개선 과제로 제시된 거의 모든 내용이 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며 “정작 배출권 허용 총량 등 중요한 문제는 미루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번에는 당장 지침 개선으로 고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한 것”이라며 “유상할당 문제는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으로 거기서 나오는 결론에 근거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내부적으로라도 개선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권 활동가는 1단계 개선 과제 자체에 대해서도 기업 편의를 봐주다 거래제 운영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저감효율 측정 대상을 전체 설비의 연 20%에서 연 10%로 줄이기로 한 데 대해 “측정 비용이 몇백만원 드는 걸로 아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약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측정 결과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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