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성장률 1.7%에도 기준금리 인상, 위기 엄중하단 뜻
한국은행이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예측했다. 지난 8월 내놨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0.4%포인트 대폭 하향하며 경기침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1960년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간 것은 4차례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오일쇼크가 휩쓴 1980년(-1.6%)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25%로 조정했다. 기준금리는 1년3개월 새 2.75%포인트 뛰어올라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침체가 예상되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려 투자를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은은 사상 처음 6차례 연속 인상을 결정했다. 6%에 가까운 고물가가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갈수록 벌어지는 미국과의 금리 차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뜻이다. 경기 침체로 소득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금리마저 오르면 대출이 많은 가계와 기업은 빚 갚느라 허덕이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대부분 요인, 90% 이상이 주요국 성장률 하향 등 대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전망을 보면 내년 주요국 성장률은 미국 0.3%, 유로존 -0.2%, 중국 4.5%, 일본 1.3% 등이다.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요소를 모두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인데 그보다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건 대외여건이 더 악화한다는 뜻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 증가는 지난해 37만명에서 올해 8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내년에는 9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8월 이후 15개월간 금리 인상 행진이 이어지면서 대출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180만4000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일반 봉급생활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침체가 바닥권에 이르고, 금리는 천장에 도달할 내년 상반기가 더 걱정스럽다. 성장률은 1.3%, 기준금리는 3.50~3.75%에 이른다고 한다. 물가 상승률은 4.1%로 다소 떨어진다는데 절대적 수준은 여전히 높다. 저소득층이나 영끌족, 영세 소상공인·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내년 하반기 한국 경제가 반등하려면 최악의 시기를 견뎌야 한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가 닥쳤다. 경제주체들의 비상한 각오와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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