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트랜스젠더의 가족

최민영 기자 2022. 11. 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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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 제너(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자 육상선수 출신으로 카다시안 자매들의 의붓 아버지였으나 2015년 커밍아웃 이후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사진은 같은 해 ‘아버지의 날’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출처 케이틀린 제너 트위터

생물학적 남성 A씨는 결혼한 뒤에야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았다. 2018년 이혼한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듬해 법원에 성별정정 신청을 냈다.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는 것이었다. 1·2심은 이를 불허했다. 미성년인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가 ‘여성’이 되면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인의 행복 추구보다 부모로서 의무가 더 중요하다고 본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4일 이를 뒤집고 A씨에게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성별정정이) 자녀의 복리에 현저하게 반한다거나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행복추구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누려야 할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성별표기의 모순을 견뎌야 한다면 “개인의 고통이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혼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선을 그었으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이 반갑다.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85%가 차별을 경험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트랜스젠더 정체성 또는 성별표현’(65.3%)이다. 법원이 2006년 성별정정을 인정했으나 시도는 100명 중 8명에 그쳤다. 자녀가 있으면 문턱은 더 높았다. 2014년에는 “가족관계 부(父) 성별이 ‘여’로 표시되면 사회생활에 불이익 받는다”며 성년 아들이 법정에서 눈물로 반대해 이혼한 아버지의 성별정정이 불허된 사례도 있었다. 사회적 차별을 사법부가 용인한 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족으로 불리는 ‘카다시안 가족(Kardashian Family)’의 일원으로,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브루스 제너는 2015년 커밍아웃과 성전환 수술로 케이틀린 제너가 됐다. 부인과 딸들의 그의 선택에 대한 지지는 성별 정체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결과이다. 국내 트랜스젠더의 우울증상과 자살생각은 일반인의 10배라고 한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우리 인식의 수준을 묻게 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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